원균의 함대가 절영도를 지나 동해에 나섰을 때는 벌써 다 저녁이었다.
앞에는 몇 십 척의 일본 전선이 오색기를 달고 떠놀면서 마치 원균의 함대를 습격하려는 듯이 방포를 하고 북을 울렸다. 원균은 전군에 총공격령을 내렸다.
바람은 더욱 일고 물결은 더욱 날뛰었다. 온종일 노를 젓기에 피곤한 원균의 군사들은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죽고 싶었다.
원균은 칼을 빼어 들고 군사를 독촉하여 노를 저어 일본 적선을 습격하게 하였다 그러나 활 두어 바탕. 거리에 둔 함대가 가까워졌을 때에 일본 함대는 뱃머리를 돌려 대마도 쪽을 향하고 달아났다. 원균은 달아나는 적을 따라서 피곤한 군사를 재촉하였다.
얼마 후에 해가 거의 다 넘어가려 할 때에 문득 원균의 함대의 뒤로서 고각과 포성이 들린다. 돌아 본즉 부산 쪽으로부터 난데 없는 일본 병선 백여 척이 내달아 원균의 함대에 싸움을 돋구었다.
원균은 따라 가던 적의 함대를 버리고 새로 나타난 대함대를 맞아 싸우기를 명하였다. 두 함대 사이에는 활과 총포가 왔다 갔다 하였으나 도무지 물결이 세어서 자유로 배를 운전할 수가 없었다.
일본 함대는 또다시 가덕을 향하는 듯이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려서 살같이 달아났다.
원균은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얼마 아니 하여 또 부산 쪽으로서 이 백척은 될 듯한 대함대가 내달아서 원균의 함대의 측면을 위협하였다. 원균은 갈팡질팡하는 동안에 해는 아주 저물고 군사들은 더 내일 기운이 없어지고 말았다.
원균은 가덕 쪽으로 향한 적의 뒤를 따르기도 하였으나 벌써 함대는 통제력을 잃어 버렸다. 노를 잡은 군사들은 태반이나 나가 넘어졌다. 몇 군사의 목을 베었으나 그래도 무가내였다. 팔의 근육이 굳어지고 기운이 진한 것이었다. 마침 바람이 동풍이기 때문에 배들은 저절로 흘러 초승달이 다 넘어간 뒤에야 가덕도에 하나씩 하나씩 와 닿았다. 군사들은 물을 얻어 먹으려고 미친 사람들 모양으로 섬에 뛰어 내렸으나 거기에는 일본 군사들이 복병을 하고 있다가 하륙하는 족족 잡아 죽여서 경각간에 사백여 명 장졸이 소리도 없이 죽음을 당하였다.
원균의 함대가 동해에 나떠서 갈팡질팡하는 동안에 일본햄대는 조선 함대가 빈틈을 타서 가덕과 연해 각지를 점령한 것이었다. 원균의 함대를 동해로 유인해 내어서 피곤케 하는 한편으로 지금까지 조선 함대를 꺼려서 못 들어 가던 지점의 근거를 잡으려 하는 것이 이번 소서행장의 꾀다.
원균은 가덕도에 일본 군사의 복병이 있는 것을 보고 겁을 내어 자기 먼저 캄캄한 바다를 저어 거제도의 칠천도(漆川島)를 향하고 달아났다. 다른 배들도 장수의 뒤를 따라 달아났다. 권율은 원균이가 절영도 앞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수십 척의 병선과 천여 명 군사를 싸움도 못하고 잃어 버렸다는 보고를 듣고 곧 종사관과 군관을 보내어 원균을 사천의 원수진으로 불렀다. 그래서 통제사이임 이래의 태만한 죄와. 또 이번 원정의 실패를 책하고 장 오십을 때려 다시 부산을 진격하기를 엄명하였다.
원수에게 매를 맞은 원균은 이것이 다 이 순신이 자기를 모함한 것이라 하여 이순신이 원수의 진에 (있음을 알므로. 그러나 이 순신은 사천에는 따라 가지 아니하고 초계에 머물러서 무밭을 갈고 무우씨를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분하여 칠천도의 본진에 돌아 가서 술을 만히 먹고 대취하여 도무지 제장을 만나지 아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