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36: 37

이에 원균은 싸우러 나가지 아니하고 핑계를 만들었다. 그것은 안골포(安骨浦)의 적을 먼저 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는 것이요. 또 안골포의 적을 치려면 수군만으로는 할 수 없으니 육군으로 합력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안골포의 적으로 말하면 언제 온 것이냐 하면. 이 순신이 갈려 가고 원균이가 통제사로 온 뒤였다. 순신이 한산도에 응거한동안에 적선은 가덕(加德) 이서에 그림자를 번쩍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순신이 가고 균이 한산도에 와서 주색에 침윤하는 것을 보고 적은 안심하고 진해 앞바다로 출몰하게 된 것이다.

유월 십구인. 도원수 권율은 이순신을 대하여.

『웬 이 사람의 일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구료. 적병 십만이 금명간 부산으로 건너 온다는데 통제사는 안골포. 가덕도에 있는 적을 다 소멸하고야 주사를 내 온다고 하니 어디 세월이 있소? 웬 심사인지를 알 수가 없구료. 필경 이 핑계로 천연 세월만 보내자는 모양이니 내가 몸소 사천(泗川)으로 가서 감독할 수밖에 없소.』 하였다.

『적병 십만이 대마도에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아시오.』

하고 순신이율에게 물었다. 순신은 또 속지나 않는가 하는 근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평행장(平行長)이요시라(要時羅)를 보내어서 우병시(右兵使) 김응서(金應瑞)에게 건너오는 날짜까지고 하였다는구료.』

하는 것이 권 원수의 대답이었다.

『적병 십만이 대마도에 와있을 법도 하고 적의 수군이 많이 올 법도 하오마는 행장이가 그 날짜를 우리에게 바로 이를 것이니 필시 무슨 괴계가 있는 가 하오. 소인 같은 죄인으로서 이런 말을 하기는 미안 하오 마는 통제사가 자중하는 것이 당연하지 아니한가 하오. 또 안골포와 가덕도에 적의 대부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하면 그것을 그냥 두고 주사를 부산으로 끌고 가는 것은 심히 위험한 일인 줄 아오.』

하고 순신은 말하였다.

이 말에 권율은 많이 낯빛을 변하면서.

『웬 또 그런 소리를 하는구료!』

하고 순신을 노려 보았다.

순신은 더 말하는 것이 마치 자기의 지나간 과실을 변명이나 하는 것 같을까 하여 입을 다물었다. 권율은 잠깐 뒤에 낯빛을 화평히 하여.

『대감은 그래도 원통제사를 두호하시오?』하고 웃었다.

권율은 막료를 데리고 곧 사천으로 갔다. 그는 순신의 말의 진의를 깨닫지 못하였다. 순신은 자기의 과거의 죄명을 변명하자는 것도 아니요. 또 원균을 두호하자는 것도 아니요. 오직 나라일의 이해를 말한 것으로 공정한 사실을 말한 것이언마는. 권율은 처음에는 변명으로 듣고 화를 내었고. 나중에는 두호로 듣고 순신의 뜻을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권원수가 사천에 와서 내린 진격명령을 받은 원균은 할 수 없이 부산을 향하여 전함대를 출동하지 아니치 못하게 되었다.

전라우수사 이억기(李億祺)며. 경상 우수사 배설(裵楔) 등은 안골. 가덕 등 연해 각지에 있는 적병의 눈에 뜨이지 아니하도록 밤을 타서 행선하기를 주장하였으나 원균은 듣지 아니하고 아침에 한산도를 떠나서 가고 당당하게 부산으로 향하였다. 이것이 우리의 당당한 위엄으로 적의 예기를 지르는 것이라고 칭하였다.

이날 동풍이 세게 불어 절영도(絶影島)까지를 돛 한번달아 보지 못하고 줄고 저어 갔다. 군사들은 심히 피곤하였으나 원균은 명령을 엄히 한다 하여 조금이라도 팔을 쉬이는 자는 목을 베이라 하여 수십인을 베었다. 게다가 평상시에 배에는 양식과 나무와 물을 준비하지 아니 하여서 군사들이 배가 고파도 밥을 지어 먹을 수가 없었다.

연해 가가지에 있는 척후들은 원균의 함대가 대거하여 부산을 향하는 것을 보고 육지로 서로 통신하여 함대보다도 먼저 부산에 그 소식을 전하였다.

행장(行長)은 원균의 함대가 부산으로 향하였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기뻐하고 요시라(要時羅)를 불러 손수 술을 부어 그 공을 칭찬하였다. 부산에 있던 일본 전선 오백여 척은 일제히 절영도 앞으로 출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