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35: 36

이 기회에 통제사 원균(元均)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자.

원균은 소원 성취하여 이 순신을 모함하여 떼고. 그 자리에 통제사가 되어 곧 처첩을 거느리고 한산도에 도임하였다.

그는 도임하는 길로 순신이 신임하던 부하를 혹은 벼슬을 떼어 내어쫓고 혹은 먼 섬의 만호. 권관 같은 것으로 좌천시킨 후에. 서울서 떠날 때에 대관들에게 청을 받은 자제(대개 서자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과거에도 참예 못할 무식한 이. 못난 이. 부랑 밤낮으로 술 먹기와 계집 희롱하기로 일을 삼고. 군사 조련. 병기 수리 같은 것은 일체 잊어 버리고 말았다. 혹시 관내를 순찰한다하여 배를 타고 연해 각 읍. 각 면을 순회할 때면 가련한 민가 처자나 과부를 조사하여 강제로 빼앗아다가 제승당에 두고 첩을 삼읍으로 도임한 지 석달 되던 때에는 일 통제사의 첩이 열 물이라고 소문이 나게 되었다.

순신은 제승당에 날마다 혹은 밤중에라도 제장을 모으고군사 일을 의논하였으나 원균은 제승당 가으로 높이 담을 쌓고 그 속에 밤낮 파묻혀 있어서 자기만 밖에 나오지 아니할 뿐더러. 부하가 무슨 일을 물으러 들어오는 것도 허하지 아니하였다.

밤이 깊도록 어떤 때에는 밤이 새도록 제승당에서 질탕한 풍악 소리와 젊은 여자의 깔깔대고 웃는 소리와 취한 통제사다 무슨 뜻에 맞지 아니하는 일이 있어서 호령하는 소리와 뒤를 이어서 들리는 젊은 여자의 울음 소리가 들리 때에 군사들은 담 밖에 모여 서서 구경도 하고 수군거리기도 하였다 병선에서는 노름하는 군사들이 투전 불림하는 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높고.

군사들 중에는 이런 통제사 밑에 있다가는 언제 어찌 될지 모른다 하여 달아나는 이도 있었다.

통제사는 순신이 천신 만고로 모아 쌓아 놓은 군량을 백성들에게 팔고 또 적이 넉넉한 백성들에게는 존문을 놓아 군비라 하고 전곡을 받아 들여서는 갈수록 더욱 음탕한 생활을 하였다. 다만 고량진미에 술만 취하고 계집만 희롱하기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서울서 데리고온 부랑자 군관들로 하여금 새로운 노는 방법을 연구하기를 명하였다.

그렇게 연구해 내인 것 중에 한 가지는 대청에 돈과 볶은 콩 같은 것을 뿌려 놓고는 여자들을 벌거벗겨서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그것을 줍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원통제사의 대갈채를 받아 이것을 발명한 군관은 벼슬한 자리를 올려 주었다.

고성(固城)에서 새로 십 오륙세 되는 처녀를 데려온 어느 날 밤. 제승당에서는 여자의 애걸하는 소리. 우는 소리가 들리고. 뒤를 이어 여자가 발악하는 소리가 들리고. 뒤를 이어 여자의 아구구 하는 고통하는 소리가 들리고. 통제사의 삼군을 호령하는 듯한 호령하는 소리가 들리고. 마침내 협문이 삐걱 열리고 그 여자는 벌거 벗은 피 흐르는 시체가 되어 내어 던짐이 되었다. 원 통제사는 대장명을 거역하는 이 괘씸한 처녀에게 군법을 시행한 것이었다.

『이놈아! 네가 편안히 죽을 줄 아느냐?』

하고 처녀의 시체를 거적으로 싸던 군사는 제승당을 향하여 주먹질을 하였다.

한산도 수풀 속에서는 여전히 부엉이가 울고 푸른 바닷물은 여전히 물결쳤다.

이때에 조정에서는 도원수 권율(權慄)을 통하여 원균에게 출동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부산으로 날마다 적의 함대가 들어오니 나아가 막으라는 것이었다. 이 명령은 가장 당연한 거이었다. 원래 이 순신이 죄를 입은 것이 부산의 적을 치치 아니한다는 것이요. 원균이 통제사로 되기를 자청한 것이. 또 조정이 원균을 통제사로 한 것이 순신의 자중책. 방수 제일 책을 뒤집어 엎고 원균의 적극적.

진공 제일 책을 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원균은 도임한 지 사오 개월이 되도록 도무지 싸우러 나가는 기색이 없으니 조정에서나도원수나 그를 재촉하고 책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원균에게 싸울 뜻은 없었다. 그가 통제사가 되어 온 것은 싸우려 함이 아니다 부산에 나아가. 치기는커녕 적선이 견 내 도만 넘어 오는 거싱 보이더라도 모이기는커녕 그렇다는 말만 듣더라도 한산도 본영을 버리고 계집애나 몇 데리고 달아날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