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3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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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사흘 맑다. 일찍 남쪽 가는 길을 떠나다. 금부 도사 이 사빈. 서리 이 수영. 나장한 언향은 먼저 수원부로 가고 나는 인덕원에서 말을 먹이고 저물게야 수원에 다다랐다. 신복룡이 우연히 왔다가 내 길을 보고 술을 내어 나를 위로하였다. 부사 유영건이 나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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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흘. 맑다. 일찍 떠나 독성 밑에 이르니 반자 노발이 진 위에서 와서 오산 황천상의 집에 막을 치고 술을 차려 놓고 기다렸다. 황이 짐이 무겁다 하여 말을 내어 실어다 주었다. 참말 고마운 일이다. 물여울을 지나 평택현이 내은 손의 집에 들었다. 대단히 은근하게 대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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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오일. 맑다. 해 뜨개에 길을 떠나 선산에 나 배꼭하고 이어 뇌(장조카)의 집에 가서 선묘에 배례하였다. 남양 아저씨가 돌아 가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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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육알, 맑다. 원근에 있는 친지들이 다 와서 오래 막힌 인사를 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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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칠일. 맑다. 금부 도사가 아산으로부터 왔다기로 내가 가 보니 대단히 은근하게 대접하였다. 홍 찰방이 오고 이 별좌와 윤효원이 찾아 왔다. 금부 도사는 홍백의 집에 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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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일. 맑다.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술병을 차고 와서 멀리 가는 길을 위로하였다. 정에 막을 수 없어 더할 수 없이 취한 뒤에야 말았다. 도사도 술을 잘 먹으나 체면을 잃지 아니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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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십일. 맑다. 식후에 홍백의 집에 가서도사와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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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일일. 맑다. 새벽에 꿈자리가 대단히 사납다. 병중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른다. 종놈을 보내어 소식을 들어오라 하였다. 도사도 온양에 갔다.)

여기 한 마디 말할 필요가 있다. 순신은 초계(草溪)에 옮은 권 율의 진으로 향하는 길에 고향에 둘러 분묘와 사당에 참배하였으나 그의 모 부인은 아직도 전라도 순천부에 있던 것이다. 순신이 한산도에 통제사로 있는 동안에 모 부인을 순천에 있게 하고 공무의 여가를 타고 배로 근친하던 것이다. 아주 한산도나 또는 더 가까운 곳에 모시지 아니한 것은 다른 장수들이 멀리 가족을 떠나 있는 정경을 생각한 까닭이었다. 그 모 부인은 순신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슬퍼서 병이 생긴 것이었다. 그러다가 순신의 꿈자리가 사납던 바로 그날 곧 십일에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十二日 . . . . . . . .)

(십이일. 맑다. 종태문이 안홍 뜰로부터 들어와 편지를 전하였다. 초아흐렛날에는 어머니와 집안이 다 무사히 안홍에 배를 타고 왔다고. 아들 울을 먼저 행정으로 보내었다.)

순신의 어머니는 순신이 잡혀 간 뒤에 얼마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고향을 향하고 길을 떠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