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26: 27

순신은 이월 초 삼일에 서울에 들어 와 그날 밤을 금부의 찬 방에서 큰 칼을 쓰고 지내고. 이튿날인 초사일에 좌의정 윤근수(尹根壽)가 왕명을 받아의정부에서 제일차로 이 순신을 국문하였다.

이날 끌리어 금부를 나와 황토 마루를 지나 정릉골(지금정동)의 정부로 올 때에 길가에는 백성들이 수만 명이 한산도에서 일본 수군을 전멸시킨 무서운 장수 이 순신을 본다고 식전 아침부터 모여 들었다. 혹은 이 순신이 일본 사람을 끼고 역모를 하다가 붙들려 온 것이라 하는 이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krstls들이 이 순신의 공을 미워하여 무함하여 죽이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대신들이 아침에 잠을 깨는 것은 하나절이 지나서였기 때문에 이 순신이 의정부로 끌려 온 것은 지금으로 이르면 열 한시나 되었다.

이 순신은 머리에 굵게 바자루를 써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고 오직 큰 칼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 두 손을 잔뜩 등 뒤로 비그러 붉은 오라로 결박을 지우고 저고리 고름은 뜯어 걸음을 걷는 대로 앞자락이 펄렁거려 흰 가슴이 보였다.

바지를 잔뜩 치켜 입혀서 고의춤이 늘어지고 정강이가 반이나 드러나고 발은 벗겨서 맨발로 아직 언 땅을 밟았다.

호송하는 나졸들은 까닭도 없이 가끔 철편을 들어 순신의 어께와 등을 후려 갈겼다. 그러할 때마다 순신은 한 걸음씩 쉬었다.

황토 마루에 이르렀을 때에 무슨 생각이 났던지 나졸은 철편으로 순신의 앞 정강이를 후려 갈겨서 순신은 앞으로 쓰러질 듯 무릎을 꿇었다. 등에 떨어지는 둘째 철편에 순신이 다시 일어날 때에는 두 정강이는 터져서 피가 흘러 내리고 땅에 닿았던 자리에는 꺼멓게 흙이 묻었다.

이것을 보고 모여 섰던 백성들 중에 어떤 사람이순신에게로 내달으며.

이놈들아 충신을 『 . 때려 피를 흘리느냐. 그 철편을 나를 다오. 충신을 무함하는 간신 놈들의 대가리를 바술 터이다.』

하고 날뛰었다. 그 사람은 패랭이를 쓴 사십 남직한 사람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군종들은.

『충신을 살려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순신을 호송하는 나졸들은 이 패랭이 쓴 사람을 철편으로 두들겨 잡았다. 그는 거진 다 죽어서 피투성이가 되어서 길에 넘어진 것을 나졸 두 명이 죽은 개 끌 듯 상투를 끌고 포청으로 향하고 가닫가 백성들이 소리를 치는 바람에 내버리고 두 나졸은 달아나 벼렸다.

이 일이 생긴 뒤에은 순신은 더 얻어 맞지를 아니하고 의정부까지 갔다.

영의정 류성룡은 순신을 천한 천한 사람이라 하여 이 자리에 참여하지 아니하고. 우의정 이원익(李元翼)은 순신을 두호한다 하여 또한 기피를 당한 것이었다. 그 제 일회 국문은 이러하였다.

『저는 국은이 지중하거든 어찌해서 이심을 품고 적의 뇌물을 받고 적장 청종을 놓쳤느냐?』

하는 것이 첫 질문이요. 또 순신의 죄의 요령이었다. 국문하는 윤근수는 대신의 관복을 입은 키가 자그마한 사람이나 소리는 컸다. 나이로 말하면 순신과 비등하였다.

『소인이 덕이 부족하고 재주가 부족하여 적을 막지 못한 죄는 만사무석이 오마는 적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일은 없소.』

하는 것이 순신의 첫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