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25: 26

처음에는 매우 거만하던 금부 관원도 백성들이 이렇게 서두르는 양을 보고 겁이 나서 순신에게.

『대감. 살려 줍시오!』

하고 순신에게 빌었다. 그리고 떨었다. 순신은 우후 이 몽귀(李夢龜)와 순천 부사 권준(權俊)과 조방장 어영담(魚泳潭)을 불러 순사들과 백성들을 진정하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국가의 간성을 믿고 자기네의 부모와 같이 존경하고 흠모하던 이 순신이 이처럼 항쇄. 수갑에 상투를 풀어 뒤로 젖히고 옷고름을 풀어 헤친 욕된 모양을 보고는 순사들은 비록 순령을 지켜서 잠잠하나 백성들의 울분은 풀리지 아니하였다.

금부 도사는 겁을 내어 순신의 결박을 끄르라 명하고 다시 순복을 입히려 하였으나 순신은 듣지 아니하였다. 왕명으로 맨 결박을 왕명이 아니고 누가 끄르느냐 하였다.

그날 밤을 금부 관원 일행은 떨며 지나고 이튿날인 정월 이십 육일에 금부 도사는 순신의 앞에 공손히 읍하고서서.

『대감 어찌하오리까?』

하고 처분을 물었다.

『가자!』

하고 순신은 나섰다.

제승당 앞에는 백성들이 모이고 앞바다에는 이 소문을 들은 이웃 백성들이 부로 휴유하고 배를 타고 모여 들었다.

순신이 나졸에게 끌려 제승당 층계를 내릴 때에 백성들은 뜰에 엎디어.

『대감 못 가시오! 우리를 버리고 어디를 가시오?』

하고 울며 길을 막았다.

그중에서 늙은이 하나가 금부 도사 앞에 나와.

『우리 조선을 누구의 힘으로 보전하였소. 우리 통제사 대감이 아니시면 오늘날 상감께선들 서울에 돌아 오실 수가 있으며. 여러 양반네들인들 편안히 앉아서 호강을 할 수 있겠소. 이제 통제사 대감을 잡아 가시면 사흘이 못하여 경상. 전라도는 적병의 판이 되지 아니하겠소. 통제사 대감이 무슨 죄가 있소. 이 어른이 죄가 있다 하면 나라를 안보하고 백성을 죽을 곳에서 때어 낸 죄밖에 어디 있소? 접때에 남 어사(남 이신을 가리킨 말이다)가 내려 와서 대감이 무슨 잘못하신 것이 없느냐. 하길래 우리 백성은 그렇게 말하였건마는 도시 이것이 웬 일이란 말이요? 하니 사또(금부 도사를 부르는 말)께서도 서울 올라 가셔서 상감께 우리 백성들의 말을 삼고 통제사 대감을랑 잡아 가지 마시오.』

하고 간곡하게 말하였다 다른 백성들은 이 노인의 말이 옳다는 듯이 물그러미 금부 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부 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부 관원들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대감 어찌하면 좋소?』

하고 순신을 바라보았다.

순신은 고개를 들어 백성들을 바라보며.

『상감께옵서 명이 계시니 아니 갈 수 없소. 부로들의 정성은 고마우나 이렇게 길을 막으면 왕명을 거역하는 것이니 이것이 가장 옳지 못한 일이요.』

하였다. 백성들은 이러한 일에도 순신의 말을 믿고 복종하였다. 그들은 길을 열어 순신이 걸어 나갈 곳을 내고 오직 순신의 뒤를 따라서 선창까지 가며 울었다. 마침내 순신은 배에 올랐다. 순신이 잡혀 가는 배가 한산도에서 떠나서 고성(固城)을 향하고 나갈 때에 바다에 지키고 있던 병선과 민선에서는 일제히 통곡 소리가 일어났다. 금부 관원들은 육지에 내릴 때까지 혼이 몸에 붙지 아니하였다.

몇 번을 많은 민선에 포위되어.『우리 사또를 왜 잡아 가느냐?』고 힐난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금부 관원들은 순신에게 어찌하려고 빌었다. 순신은 왕명을 순종하는 것이 신자의 도이라고 타일러서 해산시켰다.

그러나 육지에 내려서부터는 금부 관원들은 순신에게 대하여 대단히 거만하게 되었다.

더구나 경상도 지경을 벗어나서부터는 순신을 걸음이 더디다고 철편으로 때리기까지 하였다 입으로 . 퍼붓는 모욕의 언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도중에서 혹시 잉 가엾은 죄인이 이 순신인 줄 아는 사람은 읍하여 경의를 표하기도 하고 술 한잔을 대접하기를 청하기도 하였으나 금부 관원들은 일체 듣지 아니하였다.

연로 수령들도 순신의 대역 죄인으로 대우하고 누구 하나 은근한 호의를 표하는 이도 없었다.

이 모양으로 궁흉극악한 죄인의 형상으로 이월 초 삼일에 남대문을 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