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기 문제가 남았다. 그것은 책봉으로 하여 명나라와 일본과의 화의는 되었으나 조선과 일본과의 화의는 아직 아니 된 것이었다. 풍신수길은 조선 조정에서 보낸 사신 황신(黃愼)이 벼슬이 낮다 하여 만나기를 거절하였다.
『내가 포로로 잡아 온 조선 왕자를 놓아 보냈거든 왕자가 와서 사례를 해야 옳지 그래 미관말직을 보내어?』
하고 아무리 해도 조선 사신을 만나 보려 아니하였다. 심 우경은 조선서는 대언 장어로 만사를 자기가 해결할 듯이 말하였으나. 풍신수길 앞에서 벌벌 떨고 입도 잘 벌리지 못하였다.
이에 평조신(平調信)이가 아무리 하여서라도 조선과 화의를 하여 전쟁이 다시 일지 않게 할 양으로 풍신수길 앞에 이르러 조선 사신 인견하기를 간청하였다.
『안된다니까 그러네.』
하고 수길은 여전히 어성을 높였다 -.
『왕자가 사신으로 오기 전에는 안된다니까 그래. 이소서놈은 어디 갔니?
너희놈들 하는 일이란 다 그래. 명 나라와만 하더라도 나를 명 나라 왕을 봉한다길래 화의를 한다고 했는데 그 책문인가 보니까 어디 그렇더냐. 나를 일본 왕을 봉한다고 했으니. 그래 내가 일본 왕이 되려면 명나라 왕이 봉하기를 기다린단 말이냐. 모두 이소서 놈의 농간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조신은 소서행장의 사위다.
그런게 아니요 조선으로 『 . 말씀하면. 왕자는 나이도 어리고 또 싸움통에 북방에 가서 일을 잘못해서 민심을 잃었다고 먼 곳에 귀양을 가서 아직 아니 돌아오고. 또 대관들로 말씀하오며. 일본에만 가면 죽는 줄만 알고 아무도 오려는 사람이 없사옵고. 이 황신(黃愼)이란 사람만이 예로부터 사신을 죽이는 나라는 없는 범이라고 해서 자청해서 온 것이요. 또 소인도 일본이 비록 강하나 결코 사신은 죽이지 아니한다고 담보를 하여서 오게 된 것이요. 이번 사신을 잘 우대하셔서 돌려 보내시면 그 후에는 안심하고 왕자라도 올는지 모르오.』
하고 거짓말을 꾸며대었다.
『하하하.......조선놈이란 못난 놈들이다. 황가인가 한 놈이 자청해 왔다니 어디 불러라! 하하.......』
하고 웃었다.
이리하여 조선 사신의 사관도 수길이 손수 지정하고 또 만나 보기로 한 것이었다.
이렇게 형식적 예절은 끝이 났으나 며칠을 지나는 동안에 수길은 이번 화의란 것이 결국 자기에게는 아무 소득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더구나 가둥 청정(加謄淸正)일파의 보고로 이번 책봉이란 것도 도리어 욕이란 관념을 수길이 가지게 되었다.
이래서 책봉사 일행은 다시는 풍신수길을 만나지도 못하고. 또 풍신수길이 명나라 황제에게 보내는. 책봉을 감사하다는 회답도 받지 못하고 섣불리 굴다가 목숨이나 잃어 버릴 것을 두려워 슬몃슬몃 꽁무니를 매어서 일본을 떠나 버리고 말았다.
황신(黃愼)은 일본과의 화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과 풍신수길의 생각이 반드시 그대로만 있지 아니할 것을 보고 곧 본국에 새람을 먼저 보내어 수길이 봉을 받지 아니함을 아뢰고 필시 적이 다시 움직일 것을 아뢰었다.
이 보고를 받고 왕은 이 원익(李元翼)을 불러 눈물을 흘리며 적을 막을 방책을 원익에게 맡겼다. 원익은 적극적으로 청적으로 적을 싸워서 막을 힘이 없으므로 소극적으로 청야법을 쓰기로 하여 영남. 호남. 호서 각지에 명령하여 곡식과 사람을 모두 산성으로 옮기어 적병이 오더라양식을 얻지 못하게 하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