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09: 10

류성룡이 중로에 다다랐을 때에 개성 쪽으로서 난데 없는 명병 십여 명이 질풍같이 말을 몰라 오더니 류성룡 일행을 보고.

『유 체찰사가 누구냐?』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유 체찰사요.』

하는 성룡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명병 중에 두목인 듯한 자가 길이 넘는 혁편을 들어 류성룡이 탄 말을 때리는 듯 류 성룡의 어깨로부터 등을 후려 갈겼다. 그 소리가 딱하고 벼락같았다.

류성룡의 말을 이 불의의 변을 당하여 매 맞는 주인을 떨어뜨려 버리려고나 하는 듯이 네 굽을 안아 뛰었다.

류 성룡은 어깨와 등이 칼로 에이는 듯이 아픔을 까달았다. 그리고 그의 늙은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그것으 매맞은 자리가 아파서 떨구는 눈물은 아니었다. 명 나라에게 멸시받는 내 나라 사람의 처지를 우는 가슴이 터지는 눈물이었다.

류 성룡이 가까스로 달리는 말을 진정하고 고개를 돌려 뒤따르는 명병에게 연유를 물으려 할 때에 둘째 혁편이 그의 면상을 향하고 떨어졌다. 그는 두 눈이 아뜩하여 하마터면 말고삐를 놓치고 기절하여 땅에 떨어질 뻔하였다.

성룡이 정신을 차려 다시 눈을 뜰 때에는 이마와 뺨에서 붉은 피가 흘러 내리는 것이 보였다. 성룡은 소매를 들어 그 피를 씼었다.

명병들은 성룡의 등과 말을 수없이 때려 순식간개성에 당도 하였다.

명병들은 여송의 진문 밖에서 류 성룡을 말께서 끌어 내려 군노가 죄인을 잡아 들이듯이 성룡의 목덜미를 짚고 무릎으로 궁둥이를 차서 여송의 장하에 꿇렸다. 곁에는 벌써 호조 판서(戶曹判書) 이 성중(李誠中)과 경기감사(경기감사) 이 정형(李廷馨)이 굴복하여 군량거행태만한 죄로 여송에게 힐책을 당하는 중이었다.

류성룡이 잡혀온 것을 보고 여송은 소리를 높여.

『네가 의정이 되어서 황군의 군량 거행을 등한히 하였으니. 네 죄가 죽여 마땅해. 군법 시행할 터이니 그리 알아라!』

하고 호령하였다. 류성룡은.

『잘못되었소. 그러나 태만한 것은 아니요. 멀지 아니하여 군량 실은 배가 들어 올 것이요.』

하고 빌었다. 그리고는 눈물고 콧물이 한테 쏟아져서 걷잡을 수가 없고 마침내는 소리를 내어 통곡하였다.

『나라 일이 이렇게 될 데가 있느냐!』

하고 류 성룡은 통곡하였다. 판서 이 성중과 경기 감사 이 정형도 참았던 분과 설움이 터져서 통곡하였다. (이러고도 이 무리들은 마침내 명 나라에 의지하는 사대심을 버리지 못하였다. ) 그러나 이 통곡은 목적하지 아니한 효과를 내었다. 이여송은 류 성룡의 통곡을 보고 불쌍한 생각이 나서. 이번에는 자기 부하 제장에게 대하여.

『너희들이 예전 나를 따라서하(서하)를 칠 때에는 전군이 여러 날을 굶어도 감히 돌아간다는 말을 내지 아니하고 마침내 대공을 이루었거든. 이제 조선에 와서는 양식 떨어진 지 며칠이 못되어 어찌 감히 돌아가자고 하느냐. 너희들이 가고 싶거든 가거라. 나는 적을 멸하지 아니 하고는 아니 돌아 갈 터이다. 나는 마땅히 말가죽으로 내 시체를 싸려 한다.』

하고 호령하였다. 명나라 장수들은 이 의외의 책망에 황공하여. 모두 여송의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였다.

류 성룡은 여송의 진에서 나와서 군량을 대지 못한 죄로 개성 경력(開城經歷) 심 예겸 을 (沈禮謙) 때렸다. 이윽고 강화로부터 군량 실은 배 수십척이 서강(西江)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