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성룡 등이 굳이 퇴군이 불가함을 주장하매. 여송은 귀찮은 듯이 명 나라 황제에게 올리는 주본초를 내어 성룡에게 보였다. 성룡이 보니. 그 속에는「( ) (서울에 있는 일본군이 이십여 만이니 중과 부적이로소이다)」하는 구절도 있고 끝에는.「 ...(신이 병이 대단하오니 다른 사람으로 갈아 주시옵소서)」하는 구절도 있었다. 이것은 다 말짱한 거짓말이었다.
류성룡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라 손가락으로 「적병이십 만」이라는 구절을 가리킨며.
『적병이 이십만이라니. 웬 이십만이요? 이만도 못 되거든 무슨 이십만이요?』
하였다. 여송은 더욱 귀찮은 듯이.
『이십만인지 이만인지 내가 알 수 있어? 너희 나라 사람들이 이십만이라 하니까 그러지.』
하고 발을 굴렀다. 곁에 섰던 명장 장세작(張世爵)이.
『이놈들의 말을 들을 것 있소? 어서 퇴병하셔야 하오.』
하고 여송에게 진언하고 류 성룡 등을 노려 보았다.순변사 이 빈(李빈)이 크게 분개하여.
『퇴병이라니 안될 말이요. 그래 황상이 노야에게 대군을 맡겨 보내실 때에 한번 싸워 보고 지면 퇴병하라고 하셨소?』
하고 들이 세웠다.
이 말에 장세작은 발을 들어순변사이 빈의 등을 냅다 차서 이빈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놈들. 다 나가! 그렇게 퇴군하기 싫어하는 놈들이 왜 부산서 의주까지 한번 싸움도 변변히 못하고 달아나?』
하고 호령하였다.
류성룡.유흥. 김명원. 이 빈 등 조선의 대관들은 목구멍까지 북받쳐 오르는 분을 참고 못나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물러 나왔다.
여송은 삼영 군사를 끌고 그날로 임진강을 건너 동파로 오고. 이튿날 또 동파를 떠나 개성으로 돌아 오려 하였다. 류 성룡은 또 죽기를 무릅쓰고 여송에게 퇴군의 불가함을 말하였다. 여송은 성룡에게 퇴군 아니 하기를 약속하였다. 그러나 성룡이 여송의 진문 밖에 나선 지 얼마 아니하여 여송은 말을 타고 개성으로 향하고 그의 부하 제장고 군졸들도 총퇴각을 하였다. 오직 부총병 사 대수와. 유격 모 승선(母承宣)이 수백 군졸을 데리고 임진을 지킬 뿐이었다.
여송의 군사가 개성에 들매 군율이 해이하여 장졸들은 마음대로 여염에 출몰하여 민가의 재물을 약탈하고 부녀를 겁간하여 백성들은 다시 이사하기를 시작하였다.
게다가 군량은 진하여 강화(강화). 충청(충청). 전라(전라) 등지에서 ttlfdj 오는 곡식과 마초는 오기가 무섭게 다 먹어벼렸다. 군량이나 마초가 명 나라 군사가 먼저다 먹어 버리고 조선 군사들은 굶을 지경이었다.
류 성룡은 동파에 머물러서 매일 사람과 글을 보내어 이 여송에게 진병하기를 청하나 여송은 들은 체도 아니 하였다. 그리고 군량과 마초만 대라고 재촉하였다.
청병을 해온다는 것이 원수를 몰아 온 것을 조선 사람들은 후회하였다.
하루는 여송이 전군을 거느리고 평양으로 물러가려 한다는 말을 동파에 있는 류 성룡에게 전하는 이가 있었다. 류 성룡은 최후로 한번 더 퇴병의 불가함을 말할 양으로 말을 타고 동파를 떠나 개성으로 향하였다.
길가의 산들은 패퇴하는 일본군의 손에 불을 놓여 촌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산이나 들에 나무 한 개. 풀 한 포기도 남은 것이 없었다. 성룡은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