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02: 3

심유경은 순안(順安)에 이르러 편지를 닦아 평양의 소서행장(小西行長)에게 보내었다. 그 글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었다.

『( )』

그 뜻은.

『내 황제의 뜻을 받아 너희에게 묻노니. 조선이 일본에 무슨 잘못이 있건대 일본이 함부로 군사를 일으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유경은 이 편지를 보에 싸서 자기가 데리고 온 하인한 사람의 등에 지우고 말 태워 곧 보통문으로 들어가라 하였다. 이때에 적병은 노상 행인도 막 잡아 죽이는 때라 이것을 심히 위태하게 여겼으나 유경은 웃으며.

『상관없다. 어느 놈이 내 편지 가지고 가는 하인을 건드릴까 보냐.』

하고 뽐내었다.

소서행장(小西行長)은 심유경의 편지를 보고 곧 만나기를 허하였다. 그는 한산도의 대패전을 보고는 더욱 싸울 뜻이 없어 핑계만 있으면. 풍신수길의 마음만 만족시킬 수가 있으면 화친할 생각이 간절하였던 까닭에 심유경의 편지를 반갑게 받았던 것이었다.

유경은 행장의 회답을 받고 곧 평양을 향하여 떠나려 하였다. 사람들은 위태하다는 말로 많이 만류하였으나. 유경은 거만한 태도로.

『제가 나를 어찌한단 말이냐?』

하고 웃었다.

유경은 가정 삼사인만을 데리고 말을 타고 태연하게 평양을 향하였다. 조선 군사들과 관리들은 멀리 그의 뒤를 따라서 어떻게 되는 양을 구경하였고 우리 사람들은 대흥산(大興山)에 올라 가 바라보고 있었다.

평양에 있는 소서행장은 대마도주 평의지(對馬島主.平義智). 중 현소(玄蘇) 등을 데리고 다수한 군사를 거느리고 평양성 북 십리허 강복산(降福山) 아래까지 나와 심유경의 일행을 맞았다. 만장과 같은 오색 깃발을 날리고 군사들은 창과 칼을 들어 그 찬란하고 위엄 있음이 비길 데가 없었다. 창검이 햇빛에 번쩍거리는 것이 마치 눈과 같았다.

심유경이 말에서 내리는 많은 군사가 그의 일행을 에워싸는 것이 마치 심유경 일행을 꼭 붙드는 것과 같았다.

낮이 조그 awl나서 평양성에 들어간 심유경은 해가 저물어서 여러 장졸의 전송을 받으며 의기양양하게 돌아 나왔다.

이튿날 소서행장은 심유경에게 글을 보내어. 이제 진중에 찾아온 뜻을 감사하는 인사를 하고 밤새에 문안을 한 후에.

『( )』

라 하는 구절을 썼다. 그뜻은.

『 대감이 창검 속에서도 낯빛이 변치 아니하니 비록 일본 사람이라도 게서 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것을 보고 심유경이 더욱 자대하여.

『( )』

라 하고 뽐내었다.

그리고 심유경의 말에 의하건대.

『내 황제(명나라)께 여쭈어 마땅히 처분이 있을 것이니 오십일만 기다리되 일본군은 평양 서북 십리 밖에 나와 약탈을 말고 조선군은 십리 이내에 들어가 일본군과 싸우지 말기로 하였다.』

하여 평양서에서 십리 되는 곳에 나무를 깎아 세워 금표를 삼고 갔다.

심유경의 하는 일은 모두 황당하여 명나라를 의지하려는 마음이 많은 조선 대관들 중에도 의심을 가지고 보았다. 더구나 류성룡(柳成龍)은 이 믿을 수 없는 작자 심유경이 반드시 무슨 일을 저지르고야 말 것 같다 하여 왕께도 그의 말을 믿지 말고 경계하기를 주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