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01: 2

백발이 성성한 이 전적의 정성은 전주 관민의 마음을 감동하여 죽기로써 전주를 지키기로 맹세하였다. 적병도 곰재에서 많은 군사를 잃어 의기가 저항한데다가 전주성이 좀체로 깨어지지 아니할 것을 보고 또 전라도 사람이 다른 도 사람들과 달라 대단히 용감한 것을 저퍼하여 전주성을 버리고 물러갔다.

평안도 순찰사(平安道巡察使) 이원익(李元翼). 순변사(巡邊使) 이빈(李貧) 등이 역시 한산도 승전에 힘을 얻어 강변(압록강변이라는 뜻) 포수 아울러 수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순안(順安)으로 오고. 별장(別將) 김응서(金應瑞)는 용강(龍岡).

삼화(三和). 증산(甑山). 강서(江西) 사읍 군사를 거느리고 이십여 둔을 지어 평양 서편에 진을 치고. 수사(水使) 김 억추(金億秋)는 수군을 거느리고 대동강 하류에 있어 외각의 세를 이루어 서로 응하기로 하였다.

팔월 일일에 이 원익(李元翼)이 주창이 되어 평양(平壤)성 북으로 쳐들어 오다가 적병의 선봉 이십여 명을 쏘아 죽이고 의기 양양하게 평양서에 임박하였으나 적의 대군이 몰려 나오는 것을 보고 이 원익(李元翼) . 이 빈(李貧) 등 경관(서울서 온 벼슬아치)들이 군사를 버리고 달아나이 군사들은 장수를 잃고 흩어졌으나. 오직 강변 포수들이 저희들끼리 싸워 많은 적병을 죽이고는 하나 아니 남고 다 전사하였다.

김응서는 싸움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곧 군사를 끌고 보통문으로 짓쳐 들어 왔으나 이때에는 이 원익의 군사는 벌써 무너지고 만 때였었다.

김응서는 크게 분개하여 고군 분투하였드나 중과 부적하여 거의 전군을 잃어 버리고 몸을 빼어 도망하였다.

순찰사 이원익의 군사가 패하매 소서행장(小西行長)은 금명간에 평양을 떠나서 의주(의주)를 무찌는다고 호언하고 글을 조선군에 보내어 가로되.

『( ) (양의 무리가 한범을 침이라.)』

평양에서 의주에 이르는 동안에 각 읍 백성들은 모두 피난짐을 싸놓고 오늘이나 오늘이나 하고 적병이 밀어들어 오기를 무서워하였다.

이때에 명나라에서는 조선의 수군이 일본 수군을 대파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기운을 얻어 병부상서 석성(兵部尙書石星)이 절강(浙江) 사람 심유경(沈惟敬)이란 자를 조선에 보내어 이 기회에 조선과 일본과의 화친을 붙일 계획을 하였다.

심유경(沈惟敬)이란 자는 일본을 다녀 온 일이 있어 일본의 사정을 잘 아노라고 자칭하고 병부상서 석성(石星)에게 자원하여 삼촌설로 능히 일본군을 물리칠 것을 장담하였다.

그때 석성은 될수만 있으면 군사를 움직이지 아니하고 평화 수단으로 일본군을 조선에서 물려 후환을 덜려는 생각을 가졌었다. 왜 그런고 하면 명나라는 당시에 재정이 경갈할 뿐더러 또 내란이 안정되지 아니하여 현군 만리로 조선에 대병을 끌고 오기는 곤란한 사정이 있었디 때문이었다.

이 기회를 타서 일개 부랑자 심유경이 유격 장군(遊擊將軍) 이라는 칭호를 받아 가지고 호위병을 얼마를 데리고 팔월에 압록강을 건너왔다.

그는 왕께 뵈올 때에 마치 친구나 대하는 듯이 거만하였고. 영의정 이하로 조신의 대관을 대할 때에는 마치 자기의 수하나 대하는 것같이 거만하였다. 그는 상국 대판의 위품을 드날려 안하무인이었다.

『어떻게 적병을 물리라시오?』

하고. 물으면 그는 유쾌한 듯이 손으로 가슴을 가리키며.

『이 속에 다 계책이 있으니 너희는 알 배 아니다.』

하는 듯한 모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