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순의 얼굴은 덮지도 아니한 대로 가만히 베게 위에 놓였 다. 곁에 앉았는 민과 성재의 눈으로서는 끝없이 눈물이 흐 른다. 성순의 생전의 일과 죽을 때의 모양을 생각하고는 울 고 울다가는 조는 듯한 성재의 걸굴을 보고, 보고는 또 울 었다. 어멈과 모친은 사랑에 나아가고 없고 웃방에서 외로 운 성훈 부인의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이 가까 워 실내에는 음냉한 기운이 돌고, 양등의 기름도 거의 다 졸아서 불이 거물거물하건마는 아무도 그것을 깨닫는 이가 없다.
성재는 일어나서 이불로 시체를 덮고 병풍을 두르러 하였 다. 그러나 민은,
"잠깐 참읍시다. 아직 그 얼굴을 가리우지 말으셔요."
하였따.
아직 그를 시체라고 보고 싶지 아니하다. 그의 얼굴을 죽 은 자의 얼굴이라고 보고 싶지 아니하다. 그 코에서 숨이 달아나고, 두 뺨에서 붉은 빛이 달아나고, 몸에서 부드러움 과 따뜻함이 달아났다. 그렇게 따뜻한 기름 모양으로 미끄 럽게 흘러 다니던 피는 멎었다. 그러나 아직도 죽었다고 보 고 싶지는 아니하였다.
그 얼굴은 이제 덮이면 영원이 덮이면 영원히 덮이는 것이 다. 평생 부드러운 사랑으로 빛나던 그 눈은 비록 감았다 하더라도 깨끗한 눈물에 여러번 젖었던 눈썹은 아직 남아 있지 아니하냐. 설혹 그것이 이미 시체라 하자. 생병이 빠져 나간 빈 집이라 하자. 그래도 근 이십 년간 사랑하는 사람 이 들어 살던 집이라 하면 얼마나 정다우랴.
아아, 어떻게 차마 그 얼굴을 가리우고 그 몸을 관에 넣고 그 관을 차디찬 흙 속에 묻으랴. 옛날 애급 사람들보고 모 양으로 시체에 약을 발라 영원히 썩지 않는 '미이라'는 만들 지 못한다 하더라도......
민은 마치 자기를 잃어 버린 사람 모양으로 망연히 성순의 얼굴만 보고 앉았다. 자기의 장부(臟腑) 속에서 몇 가지 중 요한 것을 잃어 버린 것같이 갑자기 공허함을 깨달았다. 천 평(天枰)의 한 곳에 달렸던 추가 갑자기 없어진 때에 그것이 평형을 잃어 되는 대로 상하하는 모양으로, 민의 영은 안정 을 읽고 구만 리 장공에 떴다 잠겼다 하며 현훈(眩暈)이 생 긴 듯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꽃 피고 새울고 일광이 조휘 (照輝)하던 세계가 갑자기 잿빛 같은 광선으로 덮이고 불타 고 번번한 지구 위에는 자기만 혼자 올연(兀然)히 서서 슬픈 노래를 부르는 듯하였다.
모든 희망은 양인의 것이었고, 모든 계획은 양인의 것이었 으며, 모든 기쁨, 모든 가치는 다 양인의 것이었었다. 그러 던 것이 이제 한편이 없어지니 그것들도 그를 따라서 없어 지고 말았다. 그는 무슨 일에나 무슨 경영에나 '우리 둘'을 주격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없다. 영원히 없다. '우리 '는 깨어져서 '내'가 되고 말았다. 다만 양인의 살과 살이 유 합(癒合)하였다가 떨어진 자리가 일생을 두고 쓰라릴 뿐일 것이다.
성순을 매장하고 돌아와서 민이 지은 제물을 쓰고 이 슬픈 이야기를 그치자-
성아, 너는 갔고나, 마치
농(籠)에 갇혔던 새가 놓여
'자유 자유' 하면서 외쳐
구름 속으로 높이 높이
올라가듯이, 너는 갔다.
서리 내리기 전날, 피는
국화아 같이, 아리따운
꽃이 피듯 말 듯 졌다.
쓸쓸한 하늘 길을 홀로
가는 네 신세가 쓸쓸한
세상의 사막에 고적한
짝 잃고 헤매는 몸으로
가는 내 정경! 아아 성아!
어이 갔느냐 아니 가던
못하겠더냐. 가랴거던
함께 가던 못 하겠더냐.
내가 만일 네 뒤를 따라
하늘 위에나 땅속에서
정녕 네 나라를 찾아서
찾기만 한다면 아아
당장 가겠다마는, 저리
수없는 별들 중에 뉘라
너 있는 별을 가르치랴.
빛 없는 땅에서 외로이,
밤마다 하늘을 우러러
남에서 북, 등에서 서로
십 이 성좌의 별을 모두
세며 부르고 세며 불러!
성아 듣거든 한 마디나
'여기다!' 하여 다오. 만일
영의 날의 있었떤 매일
꿈의 수레를 타고 오라!
성아! 모든 희망과 기쁨
내게 있는 온갖 말아
네 관에 넣고 오직 하나
가슴에 남은 것, 이 슬픔!
아아! 귀한 슬픔! 오직
이것이 나의 재산이다!
세상의 끝까지 품에다
품을 기념이 이것! 오직!
사람이 죽을까. 죽르러
생명이 났을까. 생명은
죽는다 하여도 사랑은
사는 것 아닐까 오히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