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순은 전의 어느 것보다도 더 심한 경련을 한다.
그리고 눈을 번쩍 뜨며 몸을 한번 흔들고 민의 손을 힘껏 쥔다. 일동의 전신에 얼음 같은 전율이 번개같이 지나가고 말할 수 없는 공포가 정신을 그러쥔다. 그리고 부지불각에 일제히.
"성순아, 정신차려라."
하였다.
성순은 다시 눈을 스르르 감고 고개를 수그렸다. 그리고 헛소리 모양으로 '죽음! 죽음!' 하였다. 일동은 아까보다 더 한 전율과 공푸를 깨달았다. 민은 한 손으로 성순의 턱을 받쳐서 그의 고개를 들며,
"성순씨! 성순씨!"
하고 두 번 불렀다.
"네."
하는 대답은 입술 안에 방황하는 듯.
"정신차립시오!"
하고 한번 몸을 흔들 때 성순은 잠이 들었다가 깨는 듯이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쳐들어 한번 모친부터 성 훈 부인, 어멈, 성재, 민을 둘러보더니,
"저는 가요."
하고 방그레 웃는다.
"얘, 성순아! 정신차려라."
하는 모친의 말도 들은 듯 만 듯,
"어머니, 저는 먼저 가요. 아버지 계신 데로......"
"가기는 어디를 가!"
"하느님께로!"
성재는 눈물을 흘리면서,
"오냐, 기쁘게 가거라. 하느님께로 가거라...... 짧은 일생을 우리가 들러붙어서 떄리고 차고 못 견디게 굴었고나...... 기 쁘게 자유로운 나라로 가거라!"
"가다니, 어디로 가? 나를 두고 어디를 가?"
하고 모친이 성순의 손을 잡아당긴다. 그러나 성순의 호흡 은 점점 더 단축하여지고 두 번에 한 번씩 혹은 세 번에 한 번씩 끊어지기도 한다.
성순은 자기의 이식이 차차 희미하여짐을 깨달았다. 그것 을 깨달았을 때에 그는 강렬한 생의 집착을 깨달았다. 그는 살고 싶었다. 죽기는 너무 이른 듯하였다. 벌써 죽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아까운 듯하였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에 그는 강렬한 생의 집착을 깨달았다. 벌써 죽기에는 이 세상이 너 무 이른 듯하였다. 벌써 죽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아까운 듯하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ㅂ러ㅣ고 어딘지 모르는 데로 가는 것이 슬프기도 무섭기도 하였다. 그래서 성순은 최후 의 힘을 다하여 민의 손을 꽉 쥐며 억지로 눈을 떴다. 한 손은 민이 한 손은 모친이, 한 다리를 성훈 부인이, 또 한 다리를 어멈이, 머리와 가슴을 민이 꼭 잡았다. 아무리 힘센 죽음의 신이 오더라도 아니 놓치려는 듯이 꼭 잡았다. 성순 도 발을 뻗칠 대로 뻗치고 악을 쓸 대로 써 보았다.
그러나, 눈앞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번쩍 보인 뒤에 는 그 얼굴들을 궤뚫을 수 없는 어둠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 고, 광명한 새 세계가 눈앞에 번떡할 때에 정다운 소리들이 차차 멀어감을 깨달았다. 성순은 어느덧 그의 영은 세상의 고민과, 비방과, 나중에는 독한 유산으로 타 버린 낡은 집을 떠나 무궁한 자유와 사랑의 세계에 두둥실 떴다. 아마도 그 가 구름을 지나고 별들을 지날 때에 반드시 정든 지구를 다 시금 돌아보고 '저는 가요'를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붙들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의 모양도 보이지 아니하고 그 의 소리도 들리지 아니하였고, 다만 조는 듯한 해쓱한 육체 가 남아 있을 뿐이다.
반쯤 뜬 그의 눈은 지금도 등불을 반사하여 진주와 같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 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의 상이 꼭 박혀서 영원히 남아 있을 듯하였다.
민은 얼마큼 피곤과 고민의 빛을 띤 성순(이제도 성순이라 고 할는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전후를 불구하고 자 기의 뺨을 성순의 뺨에 비비며 그 창백한 입술에 자기의 입 을 꼭 대었다. 거기는 아직도 온기가 있었다. 성재는 벌떡 일어서면서,
"어머니, 사랑으로 나가십시오."
하고 어멈에게 눈짓을 하였다. 모친은 두어 번 반항하고, 성순의 시체(이제는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에 매어달리려 하 다가는 마침내 어멈의 어깨에 달려 사랑으로 나아갔다.
"자, 이제 내려 누입시다."
하는 성재의 말에 민은.
"아니요, 잠간만. 아직 체온이 남아 있어요. 아주 싸늘하게 식을 때까지나마 이렇게 안고 있게 하여 주십시오."
하였다.
성순의 눈은 여전히 반쯤 뜬 대로 어딘지 모르는 먼 곳을 보고 있다. 그의 싸늘한 손을 아직도 민의 손을 감아쥠 대 로 있다. 그러나 그의 코로서는 다시 숨이 나오지 아니하고 그의 가슴이 영원히 잠잠하였다. 차차 더욱 창백하여 가는 입술 틈으로서는 무슨 뜻인지 빨간 피가 흘러 내린다.
밤은 어느새 깊었던지 이 서울 장안에 어느 집 닭이 소리 를 높여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