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74: 4

"얘, 성순아! 이게 웬 일이냐?"

할 때에 성순은 눈물 흐르는 눈을 떠서 모친을 보며 분명 치 아니한 어조로,

"어머니, 불효한 자식을 용서하십시오."

하고는 더 말을 못한다.

"글쎄, 약을 왜 먹었단 말이냐. 내가 잘못했다. 내가 너를 죽였구나...... 얘 성재야, 무슨 약 없겠니? 얼른 먹이려므나."

"쓸데 없어요. 벌써 늦었어요."

"성순아! 정신을 차려라."

"오빠, 용서하셔요!"

"오냐. 내가 잘못했다. 나를 용서해 다오. 네 속을 모르는 것도 아니련마는 그랬고나."

성순은 성재를 보던 눈으로 모친을 보며,

"어머니 용서해 주셔요!"

하고 절을 하는 듯 약간 고개를 숙인다.

"오냐, 어서 나아서 일어나기만 해 다오. 다 네 마음대로 하여 줄 것이다."

성순은 손을 들어서 모친께 드리면서,

"어머니!"

"무슨 말이나 해라!"

"어머니 저는 아직 어머님 딸입지요?"

"그렇지 내 딸이지."

"저는 아직 처녀야요. 마음은 허하였지마는 몸은 허하지 아 니하였어요. 저는 아직......"

모친과 성재는 놀랐다. 꼭 민과 관계 있는 줄만 알았었다.

성순은 고민을 못 참는 듯이 이를 두어 번 갈더니 붉게 상 기한 눈을 반쯤 뜨면서,

"어머니, 오빠!"

하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운다.

성재는 손수 성순의 눈물을 씻어 주면서,

"무슨 말이나 해라, 네 원대로 해 주마."

"어머니! 오빠-"

"오냐, 말을 해라, 아이구, 이를 어쩐단 말이냐."

하고 모친은 두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어머니! 울지 말으셔요!"

"하느님! 내 목숨을 대신 가져가시고 내 딸을 살려줍소 서...... 아이구, 이게 웬 일이냐."

성재가 모친의 무릎을 흔들면서,

"어머니! 잠간 참읍시오! 이 애 목숨이 이제 한 시간이 못 남았으니 제 원을 들읍시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 줍시다."

하고 성순을 향하여,

"자, 말을 해라."

할 때에 성순은 입에서 걸쭉한 핏덩이를 두어 번 토한다.

성재는 얼른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모친과 어멈은 그것을 보고 소리를 내어 울고, 성훈 부인도 치맛자락으로 낯을 가 기고 운다. 얼마 동안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다가 성순이 가 다시,

"어머니! 제가 이렇게 되었다고 저 사람을 원망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 언어와 호흡이 차차 곤란해 가면서,

"저 사람에게는 아무 허물이 없어요. 죄가 있으면 제 죄야 요. 부디 저 사람을 원망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 말끝이 눈물에 스러진다.

"원망 아니한다."

하고 모친과 성재가 일제히 말하였다.

"원망 아니 하셔요?"

하고 눈물이 흐르는 성순의 얼굴에는 만족과ㅏ 감사의 웃 음이 뜬다. 극서을 볼 때에 보는 자는 더욱 슬펐다.

"무엇이나 네 말대로 하마."

하고 성재는 말없이 문을 차고 뛰어 나간다. 모친은,

"그 밖에 무엇이나 할 말이 없느냐...... 아이구 내 딸아, 왜 약을 먹었단 말이냐!"

"어머니!"

"무슨 말이나 해라!"

"제가 죽기에 어머니 사랑을 또 받게 되었지요. 제가 살아 있으면 어머니께서는 죽일 년이라고 미워하셨겠지요. 이렇 게 어머니 사랑 속에서 죽는 것이 오래 살아 있는 것보다 늦지 아니합니까."

"성순아, 왜 그런 말을 하느냐. 하느님 맙시사. 저를 대신 죽이시고 내 딸을 살려 줍소사."

하면서 손가락으로 냉수를 떠서 성순의 입에다 흘려 넣는 다.

"어머니!"

하고 성순은,

"어머니! 저 사람을 원망하지 말으셔요? 네? 미워하지 말으 셔요! 저를 용서해 주시는 것와 같이 용서해 주셔요!"

"오냐, 알아들었다. 그렇게 해주지. 어서 나아서 일어나거 라. 설마 죽으랴."

"어머니, 제 목숨은 이제 몇 십분 안 남았어요! 그러나, 한 가지......"

하고 흑갈색 핏덩어리를 토한다. 이번에는 성훈 부인이 성 순을 안고 어멈이 손으로 피를 받았다. 어멈은

"아씨, 이게 웬 일이셔요. 자, 물, 물 잡수시오."

"물 먹으면 더 괴로워......"

하고 성순은 눈을 감고 숨이 막힌다.

삼인(三人)은 가슴을 쓸고 인중(人中)을 쓸고 몸을 흔들어 겨우 다시 숨결을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