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갑니다. 제가 간 뒤에도 어머님께서는 내내 하고 빙 긋 웃는 성순의 눈에서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별이 안 보이게 된다. 성순은 눈을 감았다. 입을 벌릴 수가 없고, 가 슴 속과 뼛속은 불이 붙는 듯이 아프다. 성순은 그대로 꽉 참고 몸을 움직이지 아니하여서, 죽은 뒤에라도 자기의 방 정한 자무양하시고 오빠께서는 아무리 하여서라도 실험에 성공해 주십시오. 그리고 집안이 속히 제가 죽은 슬픔을 입 고 행복되게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 나라가 문명하고 번창하여 주십시오. 정의와, 자유와, 행복과, 사랑의 나라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오오! 당신께서는 아직도 거기 계십니까. 부디 행복되게 건 강하게 오래 사시며 일 많이 하여 주십시오. 가슴에 품은 이상을 달하게 하여 주십시오. 아, 아, 여러분, 안녕히 계십 시오.) 성순은 눈을 떠서 암흑의 사방을 둘러보다가 몸을 푸드덕 떨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하고 확실히 결심한 듯이 유산병 을 들어서 한번 다시 흔들고 보고 코르크 병 마개를 뽑자마 자 입에다 대고 서너 모금 들이마셨다. 그리고 부지불각에 약병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입 안과 목에 격력한 아 픔을 깨닫고 가슴 속과 백 속도 차차 찢어지는 듯이 아픔을 깨달았다. 성순은 누울 자리를 찾을 양으로 다리를 옮겨 놓 으려 하였으나 그만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성순은 겨우 몸 을 돌려 나무 뿌리를 베개로 삼고 치마로 몸을 잘 가리우고 반듯이 하늘을 향하여 누웠다.
늙은 소나무 사이로 심청한 밤 하늘이 보이고 거기는 반짝 하는 별이 말없이 자기를 내려다본다.
(내가 지금 저 별 있는 데로 가나?)하고 빙긋 웃는 성순의 눈에서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 져서ㅕ 별이 안 보이게 된다.
성순은 눈을 감았다. 입은 벌릴 수가 없고, 가슴 속과 뼛속 은 불이 붙는 듯이 아프다. 성순은 그대로 가슴을 꽉 참고 몸을 움직이지 아니하여서, 죽은 뒤에라도 자기의 방정한 자세를 변치 아니하리라 하였다. 불쌍한 최후의 노력!
성순의 눈에는 또 민이 떠오른다. 성순은 두 팔을 벌려서 안는 모양을 하였다. 그러나, 안기는 것을 자기의 가슴뿐이 었다.
(저를 사랑하여 주십시오. 당신의 따뜻한 가슴 속에 제가 영원히 살에 하여 주십시오. 제 몸을 당신의 품에 들기를 방해하거니와, 제 영이 당신의 몸에 드는 것이야 자유가 아 니오니까. 가끔 당신의 몸에 드는 것이야 자유가 아니오니 까. 가끔 당신을 일하시던 손을 쉬고 마음으로 '성순아!' 하 고 불러 주십시오. 그리고 당신 눈앞에 제 모양을 한번 그 려주십시오. 그리고 또 산보삼아 제 무덤을 돌아보아 주십 시오. 세상에는 죄인의 무덤이나 당신께는 불쌍한- 불쌍한 아내의 무덤이 아닙니까.
아니야요. 제 무덤은 당신의 가슴 속이야요. 이 뜨거운 사 랑을 품고 차디찬 땅의 가슴에 어떻게 들어가 있읍니까. 네, 당신의 가슴이 제 무덤이야요, 무덤이 아니라 제 집이야요.
차차 고통이 더하여 갑니다. 아아 제 위와 식도는 이미 재 가 되었겠지요. 제 피는 지금 비등합니다. 제 전신이 바늘로 쑤시는 듯이 아픕니다. 이것이 마땅합니다. 저는 사랑으로 타서 죽습니다. 저는 제 몸이 불길이 되어 올라가기를 바랍 니다.) 성재는 열 한 시가 지나서 실망하고 집에 돌아와 모친의 머리맡에 말없이 앉았다가 문득 대문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러 나갔던 어멈은 어떤 소년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성내는 자연히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소년을 향 하여,
"왜 왔니?"
하였다.
소년은 숨이 차서,
"속히 좀 나오세요."
하는 말에 성재는 다 알아차린 듯이 따라나왔다. 모친도 고개를 들며,
"무신 일이냐?"
하고 놀랐으나, 소년은 아무 대답도 없이 성재의 뒤를 따 라서 뛰어나갔다.
성재는 소년이 인도하는 대로 송림을 향하여 간다.
성재가 송림 속에 등불이 있음을 볼 때에는 만사를 다 깨 달았다.
성재는 성순을 안아 일어키며 눈물을 섞어,
"성순아, 성순아!"
하고 불렀다.
성순은 가만히 눈을 떠서 성재를 보고 무슨 말을 하려 하 는 기색을 보였으나, 혀와 구개(口蓋)가 부란(腐爛)하여 발 음이 분명치 못함을 자각하고 잠잠하였다.
성재는 성순을 안고 무거운 줄도 모르고 집으로 내려왔다.
성순이가 안방 아랫목에 누울 때에는 모친을 위시하여 일동 이 일제히 통곡하였다.
성순은 차마 그것을 보지 못해 하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성재는 소년이 들어다가 놓고 간 유산병을 보이면서,
"이것을 마셨어요. 한 보시기나 마셨어요. 이젠 한 시간도 못 지낼 것이외다."
하고 호흡이 곤란하여 자주 들먹거리는 성순의 가슴을 내 려 쓸면서 운다. 모친은 성순의 허리에 낯을 비비며 흑흑 느낄 뿐이요, 아무 말도 없다가 겨우 고래를 들어,
"얘, 성순아!"
하고 길게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