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 안방에서 큰소리 나는 것을 엿들어서 사건의 내용을 대강 짐작하였따. 그러할 때에 성재가 나왔다. 성재의 얼굴 은 중병자의 거과 같이 창백하였다.
성재는 들어오는 걸로,
"양복장이는 보내 주십시오."
하엿다. 변은 이유도 묻지 아니하고는, 내일 또 말하마 하 고 양복장이를 돌려 보냈다. 말을 모르는 양복장이는 웬 셈 을 모르고 눈이 둥그래져서 인사를 하고 나아간다. 번은 담 배를 피우며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가만히 앉았다. 성재는 가슴이 진정하기를 기다리는 모양으로 잠시 벽만 바라보고 앉았다가 변에게,
"참, 이런 미안한 일이 없어요. 무엇이라고 말씀해야 좋을 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나 변은 무관언(無關焉)하고 가만히 앉았다. 성재는 이 윽고,
"모두 내 책임이니 용서하시오. 지금까지 지내오던 일은 다 꿈으로 알고 잊어 주시오."
하고 또 얼마를 수었다가,
"이런 창피한 일이 없지마는 사세가 부득이하니까 파혼할 수밖에 없어요."
하고 도 얼마를 쉬었다가,
"그 이유는 물어 주시기 말아 주셔요. 물론 형의 자유로 상 상하심은 자유지요."
그래도 변은 아무 대답이 없고 담배 연기로 공중에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 본다. 성재는 원래 변에게 대하여서는 선 배로 자인하므로 항상 변을 지도하고 훈회(訓誨)하는 태도를 가져왔었건마는 오늘은 마치 변이 자기를 심문하는 법관같 이 보이며, 더욱이 변의 아무 말도 없음이 도리어 자기를 위압하는 듯하였다. 그뿐더러 실험 탁자를 바라볼 때에 변 의 은혜가 생각되고 그러할수록 성순이가 가증하게 보여서 당장에 때려 죽이기라도 하고 싶다.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 가 변이 간 뒤에 성재는 분을 참지 못하여 다시 안으로 들 어왔다. 들어와 본즉 성순은 여전히 엎디어 울고, 모친도 성 순을 때리기에 기가 진하여 성훈 부인이 가져온 베개를 베 고 누워서 자는지 깨었는지 눈을 감았고, 쪼그러진 두 뺨에 는 눈물 흐른 ㅈ국이 그냥 젖어 잇으며, 어멈은 어찌할 줄 을 모르고 눈물을 흘리며 한편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고, 성훈 부인은 성순의 등을 만지다가 성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방으로 뛰어 올라간다.
양등에 비추어진 방안은 폭풍이 지나간 뒤와 같이 고요하 다. 성재도 들어오기는 들어왔으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 하니 서 있을 뿐. 만일 성재 부인이 친정 모친의 ㅅ애신으 로 친정에 가지 아니하였던들 좀더 가내가 소요하였을 것이 다.
성재는 떨리는 소리로,
"성순아!"
하고 불렀다. 성순은 대답 아니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들고 앉으며,
"네."
"너도 네 죄를 알지?"
"무슨 죄요?"
하고 성순은 울어서 붉은 눈으로 성재를 보았다. 성순이 이 침착한 대답에 성재는 더욱 분이 나서,
"무슨 죄요! 그러면 잘한 줄 아느냐? 약혼한 처녀가 다른 사내와 밀통하고, 너는 다만 간음죄만 범한 것이 아니다. 첫 째 네 지아비를 속였어. 처녀는 간음죄를 범한 것도 큰 죄 지마는 지아비 있는 계집이 간음죄를 범함 것은 더 큰 죄 다. 전일 같으면 당장 사형을 당할 큰 죄여. 그리고 둘째는 부모를 배반하였어. 너는 불효와 부정의 양대죄를 지은 계 집이다. 비록 법률은 너를 죽이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사회 와 도덕이 너를 죽일 것이어- 응, 너는 벌써 이 세상에서 일생에 용서를 받지 못할 큰 죄인이다. 너는 네 몸을 망케 하고 우리 가성(家性)을 더럽힌 대악인이다-"
여기까지 와서 성재는 숨이 차서 말이 나오지 아니 할이만 큼 격노하여, 부지불각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두 걸음 성 순을 향하여 걸어 나왔다. 그러나 성순은 대답도 아니 하고 피하려고도 아니 하고 눈만 깜박깜박한다. 어멈이 얼른 일 어나면서 성재의 곁으로 다가서며 만일을 경계할 뿐.
이 때에, 모친이 일어나며 일정한 어조로,
"성순아, 가자. 나하고 가자."
"어딜 가요?"
함은 성재의 말,
"가자, 어서 일어나거라. 아버지 산소에 가서 너와 나와 죽 고 말자. 이년아, 글쎄 내가 무슨 면복으로 저승에 가서 아 버지를 대한단 말이냐. 자, 가자. 가서 죽자."
하고 일어나서 성순의 손을 잡아당기며,
"일어나라면 일어나. 네 어미의 말은 아니 듣기로 작정이 냐."
하며 힘껏 성순을 잡아당긴다. 성순은 저항하려고도 하지 아니하고 모친의 손에 끌려 일어선다. 모친은 눈물도 간데 없고 눈에는 독기가 보인다. 성재는 모친의 길을 막아서며,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