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67: 3

"한번 다시 그런 말을 해 봐라!"

하고 모친은 분을 참지 못해 한다. 성재도 사람에 나아가 려고 일어섰다가 다시 앉으면서,

"그러면 어떻게 한단 말이냐?"

"그게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하는 모친께,

"가만히 계십시오."

하면서 성재는,

"어디 말을 해라. 어떻게 하겠단 말이냐."

"시집 안 가요!"

"무슨 이유로?"

"갈 수 없으니까요!"

할 때에 성순은 당돌하게 되었다.

"갈 수 없으니까?"

하고 성재가 반문할 때에,

"네, 갈 수 없으니까 못 가요!"

"이미 작정한 일을?"

"저는 시집 안 가기로 작정했어요."

"네 임의로?"

"네!"

"네가 그렇게 임의대로 할 수 있을까."

"네."

"무엇이 어째, 응. 이 계집애야."

하고 모친은 앉은 걸음으로 걸어 나오면서,

"무엇이 어째?"

"저는 시집 안가요!"

"그렇게 하는 법은 없다."

하는 성재의 말에,

"안 가요!"

"그렇게 못한다-못한다면 못 하는 줄만 알아라!"

"그래도 못 가요!"

이러하는 성순은 이미 눈물은 흐르지 아니하고 입술만 꼭 꼭 문다. 전에 없던 한독(悍毒)한 빛이 미우(眉宇)에 드러난 다. 성재는 그 빛을 보고 문득 전율함을 깨달았다. 세 사람 의 호흡은 마치 경주하고 난 살마과 같다. 어멈과 성훈 부 인은 컴컴한 웃방에서 가만히 앉아 본다. 성재는 분나는 양 해서는 당장에 성순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마땅히 들어야 할 자기의 말을 아니 듣는 성순은 큰 요녀같이 보였다. 그 러나 성재는 위협을 쓰다가 더욱더욱 성순에게 반항심을 넣 어 주는 것보다 감언으로 달래는 걸이 나으리라 하여,

"성순아, 이제 와서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한단 말이 냐. 혼인 날짜까지 다 작정해 놓고 저렇게 양복장이까지 불 러 왔는데. 하니까 다시 돌이켜 생각을 해 봐라."

"저는 벌써......"

하다가 성순은 말이 막힌다. 성재는 '벌써'라는 말에 바늘 로 찔리는 듯하였다. 그래서 물꾸러미 성순을 보았다. 성순 도 성재를 이욱히 보더니,

"저는 벌써 처녀가 아니야요."

"무어?"

하고 성재의 모친은 전기를 맞은 듯하였다. 성순은 태연하 게,

"저는 벌써 남의 아내야요. 이제 다시 시집을 가면 극서은 간음인 줄 압니다."

모친과 성재는 한참이나 아연하여 실로 막지소조(莫知所措) 하였다. 성순의 이 말은 과연 청천벽력이었다. 모친은 몸만 벌벌 떨고, 성재가,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지금 정신 있어 하는 말이냐?"

"벌써 말씀을 두리려면서도 모처럼 새로 실험을 시작하신 오빠에게 괴로움을 드릴까 보아서......"

"아니, 대관절 처녀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뜻이냐?"

"저는 처녀가 아니야요."

"어떤 사내에게 벌써 허했단 말이지?"

"네."

"언제부터?"

"벌써 오랬어요!"

"그게 누구냐, 네가 허했다는 사내가?"

"오빠께서 아시는 이야요."

"민군?"

"네!"

"민군에게 네가 몸을 허했어? 계집애가!"

"네!"

하는 성순은 '몸을 허한다'는 말이 육교를 의미하는 줄은 몰랐다. 성재는 '흑'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나더니,

"예끼, 더러운 계집애!"

하고 발길로 앉았는 성순의 옆구리를 탁 찬다. 성순은 '욱' 하며 방바닥에 거꾸러졌다. 모친은,

"아이구 이년아!"

하며 성순의 쪽찐 머리를 잡아당기며 주먹으로, 머리로 성 순을 때린다. 웃방에 앉았던 어멈과 성훈 부인도 일어났다.

일동의 다리들은 추운 사람들의 것 보양으로 벌벌 떨린다.

성재는 항번 더 성순을 발길로 차려다가 억지로 참고 문을 차고 사랑으로 나갔다. 성순은 가만히 누워서 모친이 때리 는 대로 맞았다. 어멈이 말리려는 것을 모친은,

"아이구 집안 망했구나. 계집애가 집안 망하는구나. 하느님 맙시다."

하고 성순의 어깨와 팔을 물어뜯는다. 성순은 꿈 같기도 하고 죽은 것 같기도 하였다. 모친은 자기가 기운이 진하여 거꾸러질 떄까지 성순을 때리고 물고 꼬집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