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66: 2

성재는 성순의 대답 없음을 보고 모친을 돌아보며,

"이 얘가 왜 웁니까?"

"모른다. 내가 아니?"

"무슨 말씀을 하셨어요?"

"무슨 말을 해?"

"그런데 밥 먹다 말고 울어요?"

하고 성재는 의심스러운 듯 모친을 본다.

"아까 변서방이 하던 이야기를 했다. 양복장이 왔더란 말 과, 자동차 탄다는 말을 했지. 그랬더니 밥을 먹던 얘가 숟 가락을 집어 내던지고 우는구나. 대체 먹던 애가 숟가락을 집어 내던지고 우는구나. 대체 나는 심평을 알 수가 없다."

성재는 사건의 진상을 다 알아들은 듯이 혼자 고개를 끄덕 끄덕하더니,

"철없는...... 내가 그만큼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내가 네게 해로운 말을 하겠니? 왜 쓸데 없이 눈물을 내어서 어 머니 걱정을 하시게 한단 말이냐. 자 울음 그치고 일어나거 라."

"그 얘가 왜 우는지 너는 아니?"

하고 모친이 성재를 향하여 묻는다.

"시집가기 싫다고 그러겠지요."

"무어! 그러면 일생 혼자 늙는다고?"

"저 가고 싶은 데 못 가니까......"

"저 가고 싶은 데? 어디? 저 민가한테? 아이참, 이 계집애 가 아직도 그것을 못 잊어서 있는 모양이어? 아이......"

성재는 모친의 말에는 대답치 아니하고,

"성순아, 전에도 말했거니와, 민군과는 절대적 안될 일이 구, 또 변군과는 벌써 약혹한 지가 오랜 뿐더러 혼인 예식 준바끼지 다 한 것이니까, 이제는 아무러한 말을 해도 쓸데 없고, 아무러한 생각을 해도 쓸데 없다. 또 네가 무엇을 알 겠니, 아직 어린것이. 어서 시키는 대로 말이나 잘 들어라.

지금은 설혹 네게 애정이 없다 하더라도 같이 사느라면 서 로 애정도 생기고 또 그러는 동안에 자녀도 나서 가정에 재 미도 붙이게 되고......"

여기까지 와서는 성재도 말이 막혔다. 자기와 아내와는 벌 써 혼인한 지가 십여 년이나 되지 아니하였나, 그리고 자녀 까지 나지 아니하였나. 그러면서도 자기네는 아직도 애정을 맛보지 못하지 아니하나.. 이렇게 생각하매 성재는 성순을 더 강제랑 용기가 없어졌다. 그러나 성재는 성순이가 아니 라, 자기의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성순의 장래의 행 불행을 고려하는 것보다, 목전의 체면을 보전하고 걱정을 제거하는 것이 급무인 것 같다. 성순이가 변과 혼인한 뒤에 행복되고 불행되기는 성순 자신의 운명이요, 지금 자기의 할 일은 아 무렇게 하여서라도 성순을 변의 집으로 들여보내는 것이었 다. 그래서 어서 십오일이 와서 부사히 혼인 예식만 끝나면 모든 시름을 놓는 것같이 성재는 생각하였다. 그래서 성재 는 당연히,

"네가 아무리 울더라도 기왕 작정된 일은 변할 수가 없다."

하고 선고하였다.

이러할 때에 대문에서 '이리 오너라'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멈이 나갔다가 들어와서,

"변서방님이 양복작이를 데리고 왔읍니다."

하고 고하며 일동을 둘러본다. 성재는.

"양복은 지어서 무엇한다고 그러는지...... 내가 여러 번 쓸 데 없다고 말을 해도 기어이 양복을 짓는다고 야단이어."

"양복을 지으면 어떠냐."

하고 모친이,

"변서방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라. 우리도 이제는 아무것 도 못해 주는데."

하고 성순의 우는 것은 잊은 듯하다.

모친은 어멈을 향하여,

"그럼 양복장이더러 이리 들어오라지."

이 때에 성순은 참다 못하여,

"어머니!"

"자 어서 양복장이더러 들어오라고 일러라."

"아니야요, 어머니!"

"글세 무슨 고집이냐. 너는 암말 말고 어서 시키는 대로 해 라!"

"어머니! 저는 시집갈 수 없읍니다. 무엇이라고 하시더라도 시집갈 수 없읍니다."

"또 그런 소리를 하느냐?"

하고 모친은 성을 낸다.

"저는 시집 못 가요."

"왜? 어째서, 응?"

하고 성재도 성을 낸다.

"아무려나 시집은 안 갈 테니 그렇게만 아셔요."

"무엇이 어째?"

"............"

"그게 누구더러 하는 말버릇이냐, 응?"

하고 모친은 주먹으로 성순의 옆구리를 쥐어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