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65: 1

성순은 집에 돌아와서 변이 양복장이를 데리고 왔더란 말 과, 조선복으로 하려다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양복이 좋을 듯해서 자기도 예복 일숩을 신비(新備)하고 성순의 예복도 지으려 한다는 말과, 일자가 급하므로 양복점에 두 배나 수 공을 주게 하고 나흘 이내에 완성되도록 계약하였다는 말 과, 옷감은 간색첩(看色帖)에서 성순이가 친히 고르게 한다 는 말과, 예복 이외에도 만일 양복을 지을 마음이 있거든 마음대로 주문하라는 말과, 동경 천상당(天賞堂)에 주문하였 던 혼인 지환이 금조(今朝)에 도착한 것이며, 그 지환에는 변 자기와 성순의 성의 머리자를 떼어 P?K라고 새겼다는 말 이며, 혼인식은 성순이가 늘 다니던 승동 예배당(勝洞禮拜 堂)에서 할 것과, 식은 서양 선교사 모씨에게 위탁 할 것이 며, 혼인 피로연은 벌써 명월관에 주문하였다는 말이며, 당 일에는 자동차를 보낼 터이나 성재의 집앞까지는 길이 좁아 서 올라올 수 없은즉 중간까지는 인력거로 올 것이며, 또 변의 집에서는 이미 모든 절 차가 다 완비하여서 다만 그날 이 오기만 기다린다는 말이며, 먼 시골 친척들도 벌써 십여 인 올라왔고, 작야 늦도록 청첩장 육백여 장을 띄운 말까지 하였따고 성순의 모친은 성순을 보고 기쁘게 웃음 섞어가며 전한다.

성훈 부인은 부러운 듯이 곁에 앉아서 성순을 바라보며 눈 을 끔벅끔벅한다. 그리고 나서 모친은,

"너는 잘났다. 저 뚜뚜하는 자동차도 타 보겠구나."

"어머님께서도 타신다고 그랬지요."

하고 성훈 부인은 낯을 붉힌다.

"내가 무엇을 타?"

"그래도 어머님께서 이 누이와 같이 타고 오시라고 아니 그러셔요."

"변서방은 그러더라마는 내가 자동차를 왜 탄단 말이냐, 타 면 인력거나 타지."

곁에 앉아서 공연히 기뻐하던 어멈이,

"왜 그러셔요. 마님께서 작은아씨와 같이 가셔야지. 자동차 라나 타시고......"

이러한 회화를 듣던 성순은 들었떤 숟가락을 땅에 떨어뜨 렸다. 얼른 다시 잡으려다가 그냥 방바닥에 엎여서 소리를 내어 울었다. 어멈은 눈이 둥그래지며 벌떡 일어나 성순의 허리를 안아 일으키며,

"에그, 작은 아씨 웬 일이셔오? 밥에 돌이 있었어요?"

"............"

"마님 작은아씨가 왜 이러십니까?"

하고 어멈도 눈이 깜박깜박하여지며 눈물이 쏟아진다.

모친은 너무 놀란 듯이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얘야, 성순아! 왜 그러니 응?"

그래도 성순은 대답이 없고 울음 소리만 더욱 높아간다.

성훈 부인은 성순의 손을 잡고 아무 말도 없이 눈만 끔벅끔 벅한다. 모친은 휴우 한숨을 쉬더니,

"또 집안에 무슨 변이 나나 보다. 요새 꿈자리가 하두 흉하 더니만...... 글쎄 이 계집애야 울기는 왜 운단 말이냐. 늙은 어미가 속이 썩어서 죽는양을 보고야 말 테냐."

하고 일어나 밖으로 나아가며, 마당에 신 끄는 소리가 들 리더니,

"성재야, 집안에 무슨 변이 났다."

"네? 무엇이요?"

"집안에 무슨 변이 났어. 성순이가 지금 운다."

"왜요? 왜 울어요?"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며 다시 마당에 신 끄는 소리가 나더니 성재가 기침을 두어 번 하고 안방 문을 연다. 성훈 부인은 가만히 일어나서 불도 켜 놓지 아니한 웃방으로 올 라간다.

성재는 울고 엎드린 성순의 머리맡에 우뚝 선 채로,

"성순아!"

"............"

"성순아! 얘, 성순아!"

"네."

"일어나 앉아라!"

"............"

"일어나 앉으라면 일어나 앉어!"

하고 성재의 목소리를 점점 노기를 띠어 간다.

성순은 겨우 고개를 들고 일어나려 하였으나 그래도 눈물 이 앞을 가리워서 도로 엎뎌진다. 성재는 하릴없는 듯이 그 냥 서서 물꾸러미 우는 성순을 이윽히 보다가 자리에 앉으 면서,

"무슨 일이냐, 무신 일이야? 응? 울기는 왜 울어? 말을 해 야 알지. 무슨 일이야?"

"웬 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무슨 큰 변괵 나는가 보 다, 응 응."

하고 성재가 피석(避席)하는 아랫목에 앉아서 성순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