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62: 8

성순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육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 죽을 알 수가 없었다. 사랑에 육이라는 관념이 아니 섞이지 못하는 것을 도리어 염오하게 생각 되었다. 자기에 게는 진실로 조금도 육에 대한 친구가 없고 다만 정신적으 로 서로 사랑할 수만 있었으면 그것으로써 만족하리라 하였 다. 물론 성순은 일생 민과 함께 거주하기를 바라지마는 그 것은 육의 요구를 채우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요, 다만 늘 마주볼 수 있으려고 함이다. 늘 보고 싶고 늘 그리운 육과 떨어져 있기는 참 고통이다. 그러므로 아무 때나, 잘 때나 깰 때나 늘 같이 있기만 하였으면 만족이요, 아무러한 다른 요구도 없다. 성순도 육교(肉交)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 요, 육교의 쾌미라는 말을 아니 들음도 아니요, 자녀를 생산 하는 것이 육교의 결과라는 줄도 대강은 추측하여 안다. 그 러나 그는 육교란 어떠한 것인가? 그 쾌미란 어떠한 것인가 하는 호기심은 있으되 자기가 몸소 그것을 알아보리라 하는 요구는 그리 강하지 아니하고, 그러할뿐더러 될 수만 있으 면 그런 불결한 것은 일생에 보지 말고 지내기를 바란다.

더구나 자녀를 생각하는 것 같은 것은 성순에게는 우스운 일이다.

그는 아직 오빠에게 대한 사랑의 범위 내에 있다. 그는 형 자(兄姉)의 사랑을 불만족해 하면서도, 그래서 민이라는 다 른 이성을 사랑하면서도 아직 처의 사랑은 깨닫지 못한다.

하물며 모(母)의 사랑은 상상도 못한다. 지금 성순이 품은 사랑은 마치 움과 같다. 아직 간(幹), 지(枝)의 분호가 없는 움과 같이 오직 그렇게 분화할 소질만 가진 것이다. 거기서 처의 사랑, 모의 사랑이 분화하여 나올 것인 줄은 성순 자 기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직 성순에게 육으로 합한다는 뜻 을 알기를 바랄 수 없다.

양인은 자기네가 무슨 말을 하였던지를 잊어버리고 묵묵히 앉았었다. 민은 자기의 앞에 앉았는 성순에게 대하여 불쌍 한 생각이 났다. 꽃 같은 청춘, 무한히 행복되어야 할 첫사 랑 속에 있으면서도 슬퍼하지 아니치 못할 성순의 첫사랑 속에 있으면서도 슬퍼하지 아니치 못할 성순의 경우를 불쌍 히 여겼다.

"성순씨-"

"네."

"지금 행복되다고 생각하십니까?"

"행복됩지요."

"어째서?"

"그러면 불행하다고 생각하십니??"

"불행하시지요."

"어째서요?"

"나 같은 것을 사랑하셔서."

"............"

"전도에 이보담 더한 불행이 있으면 어찌합니까. 집에서도 버리고 세상에서도 버리고...... 버릴 뿐이면 좋지마는 온갖 치욕을 다 주고......"

"주는 대로 받지요. 닥치는 대로 당하지요-"

"그러려니 오죽 괴롭겠어요?"

"세상이 다 버리더라도 한 분만 아니 버리신다면 저는 행 복되지요."

"그렇겠읍니까?"

"그래요."

"과연 그러실까요?"

"아니 그렇겠읍니까?"

"글쎄......"

"아마 저 때문에 괴로우시겠지요. 저는 행복되지만."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아마 그러시겠지요, 저 때문에 세상에서 비난을 ㅂ다으시 고...... 저만 없으면 아무 비난도 아니 받으실 텐데......"

"아니오......"

"그러면 저는 어찌하나?"

"아니, 그런 것이 아니야요."

"그래요, 그래요! 저 때문에 성공하실 것을 성공도 못하신 다면 그런 죄가 어디 있읍니까. 아니야요? 그래요, 그래요!"

하고 무릎 위에 낯을 대고 운다. 민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여보시오!"

"그래요, 그래요......"

"말을 들으셔야지."

"그래요, 그래요......"

하고 몸을 흔든다.

"글쎄, 내 말을 들읍시오, 자 머리를 들고......"

"............"

"이제 우리가...... 내 말을 들으십니까."

"저는 단념합지요."

"글쎄, 내 말을 듣고...... 이제 우리가 잘 힘을 써서, 들으시 지요?...... 그래서 큰 사업을 이루어요, 네.

무슨 좋은 것을 하나 만들어서 우리 후손에게 전해주어요.

그네가 오래오래...... 가도록 이익을 얻고 행복을 얻고 자랑 으로 알고 보배로 알 만한 것을 하나 만들어서 우리 후손에 게 전해 주어야 합니다. 네,

"우리 둘 사이에 난 정신적 자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