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60: 6

"아니야요! 확실히 저는 처녀가 아니에요! 저는 벌써 a girl 이 아니에요. a woman이에요! 그렇지요? 그렇다 하십시오!"

"............"

"그렇다 아니 하십니까?"

민은 성순의 얼굴만 내려다본다. 민의 눈에는 고민의 빛이 있다. 성순은 물끄러미 민의 눈을 보다가,

"대답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대답하시거나 말거나 저는 벌써 처녀가 아니에요. a woman이에요."

"만일 내가 성순씨와 혼일할 수가 없다 하면 어떻게 하셔 요?"

"그러면 혼자 있지요."

"혼자 있어요?"

"예."

"언제까지나?"

"혼인할 수 있기까지!"

"영원히 없다 하면?"

"죽기까지!"

하고 성순은 좀 슬픈 빛을 보인다.

"죽기까지 혼자 있어요?"

"네."

"그리고 행복되겠읍니까? 그러한 비참한 일이 어디 또 있 겠읍니까."

하고 한참 있다가,

"아무러한 불행도 아무러한 비참도 사랑을 버리는 불행과 비참에 비기면 그것이 무엇이겠어요? 저는 아직까지 결코 순순히 행복된 혼인 생활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여 본 적은 없어요. 저는 일생에 가정 생활의 맛을 못 볼 줄을 잘 알아 요. 저는......"

"어찌해서?"

"부인이 계시니까."

하고 성순은 고개를 숙였다.

"만일 완전히 이혼이 된다 하여도?"

"이혼은 못하십니다. 그런 생각은 말으세요!"

"왜?"

"못하세요! 만일 이혼을 하신다면 저는 사람하여 드리지 못 해요?"

"그것은 무슨 이유로!"

"무슨 이유로든지 못하세요!"

"어찌해서?"

"못하셔요! 만일 이혼을 하신다면 제가 괴로워서 살지를 못 합니다."

"그게 무슨 논리야요. 그런 논리가 어디 있읍니까."

"논리! 논리가 그렇게 중합니까.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무 슨 논리인데요?"

"............"

"생각해 보세요. 이혼을 하시면 부인께서는 단정코 피눈물 을 흘리실 테지요. 혹 돌아가실는지도 모르지요. 한 사람의 피눈물로 자기의 기쁜 눈물을 사! 아이고 무서워- 못합니다, 못합니다!"

하고 성순은 진저리를 친다.

"그러나 이혼 아니 하는 것이 나는 물론, 그 사람에게 행복 되겠읍니까?"

"그것운 모르지요?"

"내가 일생에 그를 돌아보지 아니한다 하면 민적상 나의 아내로 있다고 그가 행복되겠읍니까?"

"그것은 모르지요. 그 어른은 이혼되지 것보다 차라리 민적 상으로 만이라도 민씨의 아내로 있는 것을 행복으로 여길는 지 알겠어요? 만일 그렇다 하면, 그를 이혼하는 것은 그를 더욱 불행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못하셔요!"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그에게 줄 것이 둘 중 에 하나인데, 즉 사랑을 주거나 자유를 주거나, 그런데 나는 사랑을 못 주니 자유를 주려고 하는 것이야요. 그가 새로 행복된 경우를 찾을 수 있는 자유를 주려고 하는 것이야요."

"그러면 돼 지금가지 단행하는지를 못하였읍니까?"

"첫째는 그러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여, 둘째는 그러할 용기 가 없어서, 말하자면 세상이 무서워서, 또 셋째는 그가 말을 듣지 아니 듣는 것이 무슨 까닭입니까? 네, 무슨 까닭이야 요?"

"습관에 매여서 그렇겠지요. 자기인들 이렇게 무정하게 하 는나를 사랑할 리야 있겠어요. 다만 이혼이란 못하는 것이 다. 하물며 재혼이랑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편이 무엇 이라고 하든지 나는 아니 들어야 된다. 이것이겠지요.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도 될 수만 있으면 차라리 새로 행복 된 경우를 찾고 싶어하리라고. 그도 청춘이야요, 지금 이십 삼세이야요. 왜 혼자 늙기를 좋아하겠읍니까. 다만 구습의 힘에 매여서 그러지요...... 오직 그뿐이야요.

성순은 다만 고개를 도리도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