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무엇? 그 모든 것을 다 모아 높은 '민'이라는 사람 을 사랑한다. 그 얼굴, 그 성질, 그 재주가 오직 민의 것인 지라 사랑한다. 그것을 하나씩 하나씩 떼어 놓으면 성순의 사랑을 끌 만하지 못하되 그것을 모아 놓은 민은 성순의 사 랑을 끈다. 민은 결코 성순이가 분석하여 놓은 각 부분의 총화가 아니요, 그 밖에 또는, 그 위에 무엇이 있다. 그 각 부분을 총괄하는, 총괄한다는 것보다도 그 각 부분이 의존 하는 즉 그 각 부분의 모체가 되고 원천이 되는 무엇, 그것 을 영이라고만 하여도 불흡족하다. 영과 민이 합하여 되는 무엇, 민이라는 글자도 편이상, 대표하는 그 사람, 옳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성순은 여기서 민의 말을 생각하였다.
'사랑에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그의 일부분에 대한 사랑이니, 가령 그의 품행이 방정한 것을 사랑한다든지, 용 모의 미려, 재주, 구변, 또 세상에 흔히 있는 바와 같이 지 위와 재산과 명예를 사랑한다든지 하는 것이 사랑의 일종이 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사랑의 초계(初階)는 될 수가 있지 마는 극히 근거가 빈약한 사랑인고로 그 사랑의 근고되는 그의 특장이 소멸하는 날이면 곧 소멸하는 것이니, 이것이 세상에서 항응 말하는 우정이죠. 둘째는 마치 죽마붕우라든 지,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우연히 그의 전체를 사랑하게 되 는 것이니, 이러한 사랑은 여간해서 변하지 아니한다. 그가 부할 때나 빈할 때나, 귀할 대나 천할 때나, 설혹 법률과 도 덕이 온통 죄인이라고 내어 버리는 때까지라도 사랑하는 마 음이 변하지 아니하나니, 이것이 고급의 우정(Friendship)이 라, 이것은 세상 사람이 저마다 맛보지 못하는 것이요. 셋째 는 고급의 우정에 존경과 열정을 가한 것이니 차종(此種)의 사랑은 항상 소유의 관념을 짝하는 것이라, 이것은 이성 간 에 성립되는 것이니 곧 연애라. 그러모르 진정한 연애는 피 차의 개성의 이해와, 따라서 나오는 존경과 애착의 열정과 영육이 일체가 되겠다 하는 소유의 요구로 성립되는 것이 라......' 이렇게 말한 민의 말을 생각하고 성순은 과연 그렇다 하였 다. 자기는 민을 안다. 존경한다. 애착한다. 일생을 같이하고 싶다. 확실히 그렇다...... 하고 성순은 이에 처음 자기의 민 에게 대한 사랑은 연애라 하는 단안을 내렸었다. 그리고는 자연히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숨결이 빨리짐을 깨달으며 혼 자 빙그레 웃었다. 그러나, 박두한 문제를 어찌할까? 정원이 되면 변과 혼인식을 거행한다고 작정한 것을 어찌할까? 양 반의 친척과 지구(知舊) 간에도 벌써 이럭저럭 약혼되었다는 소문이 난 모양인데 그것을 어찌할까. 이에 성순은 한번 더 한숨을 쉬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것은 자기가 작정한 것은 아니요, 모친과 성재가 작정한 것이다가. 자기는 그 때에 약혼에 반대까지 하였다.
자기는 확실히, '나는 싫어요' 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책임이 다 면하여졌을까?
'나는 변과는 혼인할 수가 없읍니다. 내 지아비는 오직 민 뿐이외다. 어머니께서나 오빠께서 아무리 말씀을 하시더라 도 저는 절대적으로 좇을 수가 없읍니다'하고 이렇게 명확하 게 말한 것도 아니요, 또 그 후 삼주일 간이나 넘도록 사건 이 더욱 진행하여 가는 것을 보고도 자기는 찬성도 아니하 였거니와 분명한 반대도 표시하지 아니하였다. 비록 마음으 론 항상 불복한 생무 효력을 생(生)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명조(明朝)에는 모친과 오빠에게 자기의 의견을 분명히 발표하여야 할 것이다. 분명히 발표하여서 그 의견 이 서면 좋고, 아니 서면 단연히 선전을 포고하여야 할 것 이다. 모친과 오빠가 자기의 의견을 들으면 곧 성을 낼 것 이요, 책망을 할 것이요. 그 다음에는 그 잘못됨을 타이를 것이요, 그리고는, 달랠 것이요, 그래도 아니 들으면 최후 수단으로 위협할 것이다. 성순은 그러할 줄을 잘 안다. 그러 나, 자기가 이렇게 할 줄을 더욱 잘 안다. 아무러한 위협을 당하더라도 자기는 초지를 굽히지 아니할 줄을!) 성순은 이 이상 더 생각하려고 하지 아니하였다. 그렇게 난처하던 일도 큰 결심을 하고 나니 다 응히 해석됨을 보고 일종의 쾌감을 맛보았다.
그러나, 자기의 모반이 원인이 되어 가정에 대풍파가 일어 나고, 모친과 오빠가 사회에 얼굴을 들지 못할 치욕을 느낄 것을 생각할 때에 슬펐다. 모친의 슬픈 눈물과 오빠의 비분 하는 용모가 목전에 보일 때에 성순은 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한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비록 그가 부모나 형제라 도)의 체면이나 명예의 희생이 될 것이 아니다. 나는 내다.
내 사람이다. 모친의 성순도 아니요, 성재의 성순도 아니요, 오직 성순의 성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