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모르지. 그 생명이라는 것이 하동(何洞) 하통(何統) 하호(何戶)에 있는지 또는 하가(何街) 하천(何川)에 있는지.
그러나, 다만 제군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라, 반드시 무슨 소리가 들릴 것이니. 제군이여, 그 소리가 즉 새 생명의 심 장의 고동이다. 그 소리가 비록 극히 미미하다 하더라도 그 속에는 무한히 커지려는 '힘'이 사무친 것을 아는 자는 알 것이다. 그 소리가 지금 비록 음부(音符)의 한 개에 불과하 다 하더라도 그것이 차차 일절이 되고 이절이 되고 삼절이 되어, 마침내 일대 음보(音譜)를 성립하고야 말 것이다. 피 아노의 제일 좌편의 첫 번 건(鍵)을 울릴 때에 그것은 극히 단조한 저음에 불과하지마는 다음 건, 다음 건, 연해서 울려 가는 동안에는 점점 제음이 되어, 마침내 우편 최종 건의, 백(帛)을 열(裂)하는 듯하는 최고 음에 달하고야 만다. 그러 나, 한 건씩 한건씩 누를 때에는 아직도 단조에 불과하지마 는, 양수의 십지(十指)가 눈에 보일 새 없이, 이리 치고 저 리 치고 할 때에 오인(吾人)은 황홀한 대음악을 얻는 것이 다. 그러므로 제굼은 대 생명의 소리가 너무 미미하고 단조 한 것을 한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미 소리 들렸으면 그것은 피아노의 제일건인 줄을 알아야 한다.
성재가 시험관을 들고 앉았다가 주정등에 불을 켜 놓고 거 기다가 시험관을 쬐인다. 제군은 이것을 다만 성재의 화학 실험으로만 알아서는 못 쓴다. 만일 제군이 총명할진대 성 재의 시험관이 끓어 나는 소리 중에서 새 생명의 심장의 고 동을 들어야 하고, 주정등의 화염 중에서 새 생명의 섬광을 보아야 한다. 그와 같이 민의 유치한 화필, 그것으로 그려진 금강산의 스케치 중에서 총명하신 제군은 새 생명의 부동을 보아야 한다. 제굼은 어린애들이 강보(襁褓)에 누워서 함부 로 사지를 내어두르고 함부로 소리를 지르는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아느뇨. 또 어린애들이 모친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 고, 창과 벽을 뚫는 것을 무의미한 장난으로 아느뇨. 또 그 들이 조그마한 손가락 끝으로 마당의 부드러운 흙에 가로 세로 여러 가지 그럼을 그리는 것을 무의미한 장난으로 아 느뇨. 그런 것이 아니다. 그네는 그러한 무의미한 듯한 장난 중에서 장차 어른이 되어 활동할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함 부로 내어 두르면, 그 팔은, 혹은 의정 단상에서 천하를 호 령하는 팔도 되고, 혹은 만세(萬歲) 대경전(大經典), 대예품 (大藝品)을 작(作)하는 팔도 되고,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는 신발명을 작성하는 팔도 되는 것이다. 그네가 함부로 지르 는 듯한 소리를 무의미하게 들을 줄이 있으랴. 그렇게 연습 하는 그 소리가 장차 세계의 만민을 각성케하는 예언자의 큰소리도 되고, 천군 만마(千軍萬馬)를 호령하는 대장군의 큰소리도 될 것이다.
제군은 무엇을 볼 때든지, 그것이 영(盈)하는 것인지 휴 (虧)(waxing or waning)하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리하여서 그것이 영하는 것일진대 현재의 소(小)와 약(弱) 을 장래의 대(大)와 강(强)을 약속함인 줄을 알아야 하고, 그것이 휴하는 것일진댄 현재의 대와 강이 장래 소와 약을 약속함인 줄을 알아야 한다. 명칠지 못한 사람은 휴하는 대 와 강을 보고 기뻐하고, 영하는 소와 약을 보고 도리어 슬 퍼하나니, 명철한 제군은 이러한 미련을 배워서리 되지 아 니한다. 낡은 것, 썩은 것, 죽은 것이 비록 현재에는 강하고 크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영하는 강과 대요, 새 생명의 소리 와 빛이 비록 현재에는 소하고 약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영 하는 것인 줄을 알아야 한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서울의 여러 가지 소리 중에, 여러 가지 빛 중에, 여러 가지 움직임 중에는 반드시 영하려는 새 생명의 부동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를 볼 때에 슬 퍼하고 실망하기 쉽지마는 희망의 눈으로 미래를 볼 때에야 비로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깨닫는 것이다.
북악과 남산 새에 생장하려는 새 서울의 모양을 제군은 마 음대로 그려 보는 것이 좋다. 혹은 황금이 넘치는 부(富)한 서울이든지, 학술이 은성(殷盛)하고 문학 예술이 꽃을 피우 는 문화의 서울이든지, 또 혹은 그려 보는 것이 좋다. 대게 제군은 제군의 마음대로, 그런 대로 새 서울을 이룩할 수가 있으니까.
종소리가 들린다. 각 회당(會堂)에서 야소 기독(耶蘇基督) 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이다. 사방으로 모여드는 남녀 신도 들의 경건한 머리 위에는 명월광이 비취었고, 발밑에서는 새로 온 눈이 빠각빠각 소리를 낸다. 적적한 제동 골목으로 서도 새옷을 입고 성경 찬미를 든 남녀가 칠팔 인 말없이 내려온다. 검은 두루마기에 흰 동정 달고 모자를 꾹 눌러 쓴 학생 수인이 떼를 지어 쾌활하게 웃고 떠들며 이전 사관 학교 앞으로 내려오고, 그 뒤에는 서양 머리에 흰 두루마기 를 입은 여학생 하나이 사뿐사뿐 걸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