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은 부인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와 손자를 자기가 받 아 안고 무수히 불그레한 손자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 나 손자는 울면서 할머니를 떠밀고 어미를 향하여 팔을 벌 렸다. 할머니는,
"너무 본 지가 오래서......"
하고 부인에게 도로 주면서 속으로 울었다. 네 살 먹은 손 녀가.
"할머니!"
하며 자기의 목게 매어달리는 것으로 겨우 위로를 삼았었 다.
성훈의 부인도 형님의 곁에 와 앉아서 여러 가지 말을 물 었다. 그러나, 부인은 아직도 아까 분함과 슬픔이 스러지지 아니하였다.
그는 실내를 한번 돌아보았다. 더러운 장판, 도배가 여기저 기 떨어진 벽, 찌그러진 문, 게다가 자기의 방에 놓였던 세 간이 여기저기 유리(流離)하여 놓인 것을 볼 때에 가슴이 터 지는 듯하였다. 자기는 암만해도 이러한 집에 있을 사람이 아닌 ㄱ서같이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 앉은 모친과 성 훈의 부인을 볼 때에,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자기를 억지로 이 집에 몰아 넣고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사방에 철벽을 두 르는 듯하였다. 지금 성재에게 그러한 책망을 들을 때에 일 시의 분을 참지 못하여 반항도 하고 '가지요, 가지요' 하기 도 하였지마는, 기실 자기는 여기밖에 갈 곳이 없다. 아무리 더러워도 이것이 내 집이다 할 때에 한껏 정다운 생각도 나 거니와 또 한껏 억제할 수 없는 울분도 났다. 딸이,
"엄마, 이제는 외가에 안 가지!"
할 때에, 그는 '응' 아니할 수 없었따. 또 딸이,
"할머니, 이제는 외가에 안 가구 할머니하고 여기 있어요."
할때, 그는 '네 말이 옳다'하고 시인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빈궁을 싫어하는 외에 성순을 미워한다. 성재 가 자기에게 냉담한 듯할 때에는 그 책임은 성순에게 있는 것같이 생각하였고, 자기는 집에 있어서 집 일을 볼 때에 성순은 하여 주는 밥 먹고, 곱게 차리고 책보 끼고 나서는 것이 밉기도 하였다. 왜, 나이 이십이나 되도록 시집도 아니 가는고 하기도 하였다. 원래 부인에게는 자기의 자녀밖에 별로 고운 사람이 없었다. 어머니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 고, 다만 성재는 자기의 남편이니까 겉으로는 시치미를 떼 면서도 속으로 끔찍이 그를 생각하였다. 그의 생각에 성재 는 일찍이 자기에게 애정을 준 적이 없는 듯하였다. 한 자 리에 자면서도 별로 정다운 말도 아니 하고, 힘껏 껴안아 주는 일도 별로 없었으며, 될 수 있는 대로 자기와 동침하 기를 피하여 사랑에서 혼자 자기를 좋아하였다. 어떤 때에 는 이삼 개월이나, 연달아 방에 들지를 아니하였다. 그에게 는 그것이 제일 큰 고통이요 함원이었다.
부인은 이 집의 방 수효를 계산하여 보고, 또 성재가 행랑 에 있는 것을 보고 낙심하였다.
안방에는 한 방에 모친과 성순이가 잇고, 한 방에 성훈이 가 잇고, 그러고 보니 자기와 성재의 거처할 처소가 없다.
자기가 밤에 남편을 찾아 행랑방으로 들어가고 아침에 거기 서 나올 것을 생각할 때에 말할 수 없이 분하고 슬펐다.
부인이 돌아온 후로부터 살풍경이던 가정은 더욱 살풍경하 게 되었다. 부인은 매사에 불평이요, 불평이 좀 심하여지면 몸부림을 하고 울었다. 다른 가족들은 아무쪼록 그의 불평 을 아니 일으킬 양으로 될 수 있는 대로 침묵을 지켰고, 그 중에도 어멈과 고양이는 잠시도 몸을 펼 새가 없었다. 걸핏 하면 어멈을 책망하고 고양이를 때리므로...... 남향으로 된 이 집의 잘 드는 볕을 홀로 향락하는 고양이의 낮잠도 여러 번 부인의 발길에 해여서 깨움이 되었다.
부인은 성순을 대신하여 성재에게 약을 먹이고 밤에도 병 실에서 잤다. 성순은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앓는 오빠를 간 호하였다. 성재는, 처음에는 그 아내를 배척하였으나 차차 환영도 아니 하는 대신에 배척도 아니하게 되어 약을 먹이 면 약을 받아 먹고, 머리를 집으면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날로 덜해 가던 성재의 병이 하루 아침에는 갑자 기 더쳐서 열이 높아지고 헛소리를 하게 되었다.
급히 불러 온 백의사는 진찰을 하고 나더니 성순을 돌아보 면서,
"부인께서 오셨나요?"
하였다.
성순은 얼른 알아차렸으나 모친에게는 아무 말도 아니 하 고 부인더러 가만히,
"오늘부터는 형님께서는 좀 쉬십시오."
할 때에 부인은 말없이 얼굴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