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35: 1

성재가 병으로 누운 지 닷새 만에야 성재의 부인이 네 살 벅은 딸과 금년에 낳은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서 왔다. 그 오라비와 함께 인력거를 타고 하인에게 우육과 과일을 들리 고 들어오는 길로 성순에게 나무람을

"그렇게 앓는데 통기도 아니 하오."

이것은 그 모친에게 한 불평이언마는 차마 직접 모친에게 는 말하지 못하고 성순에게 한 것이다. 그리고는 입을 실룩 거리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모친은 외속의 품에서 뛰어나오는 손녀를 안아 쳐들면서 말없이 며느리를 슬쩍 보 았다. 그는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명주 저고리를 입었으며 분까지도 바른 모양이다.

(끔찍이도 몸치레를 하고 싶어한다.) 하고 성순은 속으로 악감을 가졌다.

"아씨 오십니까?"

하고 어멈은 앞치마를 손을 씻으면서 부엌에서 뛰어나와서 어린애를 받으려고 팔을 벌렸으나, 부인은 본체도 아니 하 고 성훈의 부인의 인사하는 것도 본체 만체 하면서, 한번 더 성순을 흘겨본다.

"글쎄, 어쩌면 알리지도 아니하오?"

하고 분하여서 못 견디어 하는 양을 보인다.

"보낼 사람이 있어야지?"

하고 모친이 다정스럽게 변명하였다.

성순은 '그런 소리를 말고 친정에를 가지 말지'하려다가 꿀 떡 참았다. 연일 앓는 오빠를 간호하기에 안색이 초췌한 것 도 동정할 줄 모르는 그 올케가 미웠다.

부인이 아기를 안고 들어올 때에, 성재는 잠간 눈을 떠서 슬쩍 보고는 다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부인의 오라비 는 병실에 들어와서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하는 듯이 사방을 살펴보다가 도로 문 밖에 나섰다. 모친이,

"추운데 들어가시지요."

할 때에,

"여기조 좋습니다."

하고 대문에 섰다.

부인은 성재의 추췌한 안색을 대할 때에 아까 분하여서 고 였던 눈물이 슬퍼서 쏟아졌다. 모친은 병인의 이불을 덮어 주면서 며느리에게 병의 결과를 대강 말한 끝에,

"이제는 다 나았다. 아무 걱정 말아라."

하였으나, 부인은 더욱 눈물을 흘렀다.

자기가 일생의 영광을 의탁하던 남편이 저렇게 빈궁하게 되고, 병약하게 된 것이 슬펐다. 실로 그의 명주 옷은 몇 날 가지 못할 것이다. 아직 친정에 가서 석일(昔日)의 부자의 영화를 유지하지마는 친정은 결코 오래 있을 곳이 아니다.

벌써부터 동생네와 올케들이 듣지 못하는 데서 소곤소곤 하 는 소리도 몇 번 들렸다. 그러나 그는 그 명주옷을 차마 벗 을 수가 없어서 아직도 친정에 유(留)한다. 부인은 소매로 눈물을 씻고 어린애에게 젖꼭지를 물리면서 또 한번,

"그런들, 그렇게 알리 주지 않아요?"

하였다.

성재가 이 말을 듣고 번쩍 고개를 돌리며,

"왜, 왔어, 무엇하러 왔어?"

부인은 깜짝 놀라서 성재의 움쑥 들어간 눈을 보고 말이 나오지 아니하였다.

성재는 주먹으로 방바닥을 때리며,

"왜 왔어? 병이 좀 나을 만하니까 그것을 더치러 왔어?"

"내가 그렇게 보기가 싫소?"

"보기 실허, 보기 싫어! 어서 가요!"

"좋지요, 누이만 있으면 그만이지요?"

"웬 잔소리여! 가라면 가지 않고!"

"네, 가지요. 가라면 가지요."

하고 소리를 내어 울면서.

"그렇게 보기 싫거든 가지요. 내가 이 집 아니면 밥 굶어 죽겠소? 아이 참!"

"무엇이 어째?"

하고 성재가 벌떡 일어난다.

"얘들아, 이게 무슨 일이냐?"

하고 부부의 새에 들어서는 모친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부모도 모르고 지아비도 모르는 계집이 무엇하러 내 집에 들어와!"

"성재야,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런 말법도 있느냐?" 자, 드 러누워라. 바람 쐬일라."

"가지요, 가지요."

하면서도 부인은 차마 일어나지 아니하고는 몸을 벌벌 떨 며 울기만 한다.

사랑에서 떠드는 소리에 성순이도 나왔다. 부인의 오라비 는 언제 갔는지 없다.

"성순씨! 동경 오빠께서 나는 보기 싫다고 가랍니다. 가요, 가요."

성재는 길게 한숨을 쉬면서 도로 자리에 눕는다. 세 사람 은 우두커니 서로 바라보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