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철학을 배웠지마는 그는 극서을 기억하는 것 같지도 아니하고 그것을 기억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지도 아 니하다.
그는 학교에서 유량한 성적을 얻었다. 그러나 그라 위하여 우량한 성적을 얻은 철학, 그 물건은 직하하는 이질 환자 모양으로 전부 배설하여지고 그의 혈액에는 조금도 그 기운 이 남아 있는 것 같지도 아니하다.
그의 이상은 단순하다─ 성순과 혼인을 하고, 자기가 호주가 되거든 양옥으로 깨끗 한 집을 짓고, 방을 곱게 꾸미고, 거기다 피아노를 놓고, 성 순더러 치라고 하고, 자기는 안락의자에 편안히 누워서 그 것을 듣고, 가끔 둘이서 승경(勝景)을 찾아 여행이나 하 고...... 이것뿐이었다. 아마 자기더러 분명히 자기의 이상을 말하라 하더라도 상술한 것 이상에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기를 남만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자기는 무엇으로 보든지 상등 인물로 자 처한다. 그는 재산 있고 얼굴이 잘나고, 동경서 대학을 졸업 하였고, 일찍이 주색장리(酒色場裏)에 출입한 적도 없고, 또 일찍이 남에게 대하여 자기의 약점을 말한 적도 없으니까, 그가 보기에 성재는 기인이었고, 민은 경박하고 쓸데 없는 일에 울곤 하며, 말을 높였다 낮추었다 하고, 갑자기 열중하 였다 갑자기 냉각하였다 하는 철없고 정신이 불완전한 무용 물이었다.
그가 성순을 취하는 이유도 따라서 극히 단순하다. 성순은 혈통이 좋고, 얼굴이 어여쁘고, 고등 여학교의 우등 졸업생 이요, 말이 적고, 온순하고...... 이것뿐이었다. 이것 이상 또 는 이것보다 더 깊은 무슨 이유가 있다고는 생각지 아니한 다.
그에게는 세상 만사는 선이 아니면 악이요, 일에는 될 일 이 아니면 안 될 일이었을 뿐이었다. 과연 그는 행복된 사 람이다. 그는 땅속과 하늘 위에는 생각하려고도 아니 하고 다만 자기의 눈에 보이는 세계로만 만족한다. 과연 그는 모 범적 청년이었다.
그 후, 몇 날 동안에 변과 모친과의 의사는 점점 더욱 소 통되어 모친은 벌서 사위에게 대한 듯한 일종 장모의 애정 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성순은 아직도 이러한 일이 있는 줄도 모랐고, 더 구나 민은 알 길이 없었다. 성순은 지금도 오빠를 간호하다 가 오빠가 잠든 틈에 이러한 일기를 쓴다.
'요새에는 변이 날마다 온다. 와서는 어머니와 무슨 이야기 를 길게 한다. 변이 오면 나는 그 방에서 나오고 다시 들어 가지 아니한다. 나는 왜 이다지 변을 싫어하는지. 그는 아무 리 재미있는 말을 하여도 도무지 재미있게 들리지 아니한 다. 그가 웃으면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싶다. 왜 그런지. M 의 말은 무엇이나 다 재미있는데, 다 옳은 말 같은데, 변의 말은 다 거짓말 같다. 내 M! M이 이다지 보고 싶은가? 아 까 왔다 갔건마는, 간 지가 불가 세 시간이언마는 마치 한 십년 된 것 같다. 내일 올 줄은 확실히 알건마는 영원히 보 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왜 이렇게 괴로운가? 마치 괴로워서 죽을 것 같다.
아니, 나는 오빠의 병을 고쳐 드려야지. 그리고 성공하도록 하여 드려야지. 내일은 M을 보거든 좀더 정답게 말을 하자.
서양식으로 악수를 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키스를...... 에 그, 내가 왜 이러한 생각을 할까? 나는 오빠의 병을 고쳐 드려야지.
오빠의 병은 어제보다 좀 나았다. 오늘은 흰죽도 조금 잡 수혔다. M과 말도 몇 마디 하였다. M의 말은 어떻게도 재 미가 있는지. 내가 오빠의 손바닥에 못이 박혔다는 말을 할 때에 M은 울었다. M은 다정한 사람이다. 변에게는 그렇나 말도 아니하였다.
M! 내 M! 내 M! 내 M !!!' 하고 몸을 떨면서 M자 밑에다 감탄 부호를 셋이나 찍고 자기가 쓴 일기를 한번 내려 읽었다. 그리고는 병인의 머리 도 짚어주고 손도 만져 주었다. 성순의 얼굴은 상기한 듯하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