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25: 3

"글쎄, 집안 다 망하겠구려. 늙은 것이 젊은 계집들을 끼고 밤낮 야단이요?"

하고 안방에서 함부인의 호령이 나온다.

"이놈의 집이 망할라나. 웬 미친 놈이 여우 모양으로 밤낮 흉조만 부려!"

하고 소리를 빽 지른다.

함부인은 돈 모으기에 매우 유력하던 원훈(元勳)이므로 함 사과도 좀처럼 박대를 하지 못하고 가끔 겁겁하니 부인의 책망을 받는다. 부인도 벌써 육십이 가까웠으니까 질투의 정도 없어질 만한 때인마는, 그래도 여자란 생명이 있는 날 까지는 질투를 떼어 버리지 못하는 양(樣)하여 지금도 함사 과가 기생이나 첩을 끼고 자는 줄만 알면 그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끔 이러한 호령을 한다.

그러나 함사과는 이 호령도 무섭건마는 잠시도 미색을 떠 날 수는 없었다. 젊어서 모든 쾌락을 다 억제하고 돈 모으 기만 목적을 삼다가 돈 만원이나 자기의 소유가 되고, 또 자기의 여년이 얼마 아니 되는 것을 생각하매 술과 미색은 자기가 당연히 취할 권리가 있는 것같이 생각됭서따. 그의 일생의 이상은 돈이었었다. 그러다가 이상하였던 돈을 모으 고 나니, 이제 남은 이상은 쾌락일 것이다. 그는 생래(生來) 에 돈과 주색 외에 사회에 무슨 고상한 추구물이 있는 줄을 모른다. 그는 금전 거래부 외에 서적이라고 들어 본 것이 없었고, 금전 거래 외에 사람과 교제하여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가 사업이라면 돈 모으는 것 이외에 없는 줄 알 고, 쾌락이라면 동물의 본능적 욕망 이외 없는 줄 안다고 반드시 책망도 못할 것이다. 실로 종교라든지, 문학이라든 지, 사교라든지, 미순이라든지─ 이러한 ㄱ서을 쾌락으로 알 게 되려먼 십수년간 문명적 교양이 필요한 ㄱ서이다.

만일 김참서와 함사과와의 사이에 무슨 차별이 잇다하면 그것은 전자는 사서 삼경(四書三經)과 ≪고문진보전후집권 (古文眞寶前後集權)≫이나 읽었고, 후자는 그만한 교양이 없 는 까닭이다. 김참서의 아들되는 성재와 함사과의 아들과는 차이는 실로 유전과, 가정의 위화(威化) 및 교양의 삼자에 돌릴 것이다.

이러한 설교를 오래 하면 독자가 염증을 낼 것이니까, 그 만하고.

그로부터 함사과는 밤마다 그러한 무서운 꿈을 꾸어서 낮 에도 항상 신색이 좋지 못하고, 그뿐더러 신경이 과민하여 져서 공연한 일에 성을 잘 내어 부인과의 논쟁도 전보다 번 번하여지고, 그 아들과의 논쟁도 전보다 격렬하게 되었으며, 하인들이며 내객들도 항상 그의 비식(鼻息)을 엿보게 되엇 다. 더구나 전(全)이 와서 흉한 소리를 부르짖고 간 낮에는 더욱 마음이 불편하여 외딴 방에 기생을 불러 가지고 술만 마셨다. 광인의 섬어(?語)인 줄은 알건마는 '동짓날에는 잡 아 갈테야'하는 말이 염두를 떠나지 아니하며, 그러한 생각 을 할 때마다 몸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잘 때에는 반드시 기생을 곁에 눕히고야 잠이 들지 마는, 함사과가 자다가 발광한다는 소문이 기생들 간에 퍼 져서, 좀 깨끗하고 인망 있는 아이들은 오기를 즐겨하지 아 니하므로, 돈을 빚내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손님을 볼 수 없 는 기생들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한 기생들도 오래야 삼일, 그렇지 아니하면 하루만에,

"나는 싫어요."

하고 달아나고 말았다.

그래서 함사과가 부리는 서기 중에 한 사람이 함사과의 기 생 선택 사무를 전문으로 보게 되엇따. 이 사무는 실로 용 이치 아니하니, 우선 함사과를 모시기를 싫어하지 않는 자, 다음에는 화채(花債) 그리 비싸지 아니한자, 다음에는 함사 과의 마음에 드는 자, 화류병이 없는 자, 그다음에 또 한 조 건은 함사과의 아들이 관계하지 아니한 자, 이 최후의 조건 이 제일 어려운 것이었다. 깨끗한 젊은 기생은 태반이나 아 들이 손을 대었으므로 함사과는 그 아들이 택하고 남은 찌 꺼기 중에서 다시 택해야 하였었다.

어떤 때에는 한 기생을 가지고 부자가 동시에 경쟁하는 때 도 있으니 이러한 때는 아들도 한사코 그것을 부친께 빼앗 기지 아니할 양으로 전력을 다하여 운동하므로 대개는 그 부친이 패배에 돌아가고 만다.

나는 결코 함사과 부자를 훼방하려고 이러한 말을 쓰는 것 이 나니니, 만일 그러한 ㄱ서이 목적일진대 더 유력한 재료 가 산같이 많다. 그러나 나는 고결하신 여러 독자에게 그러 한 불결한 말을 차마 쓰지 못하여 이만하고 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