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24: 2

그날 밤에 함사과는 극히 무서운 꿈을 꾸었다. 꿈에 김참 서가 꼭 아까 보던 괴무ㅗㄹ 모양으로 차리고 와서 지팡 이로 자기의 머리를 무수히 때리며,

"이 배은망덕하고 의리를 모르는 놈아."

하고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자기는 그 앞에 끓어 엎드려 무수히 사죄하였다. 그래도 김참서는 듣지 아니하고 더욱 성을 내어 지팡이로 자기의 머리를 때렸다.

그는 견디지 못하여,

"사람 살리오!"

하고 소리를 쳤다. 그 때에 한자리에서 자던 기생이,

"영감, 영감!"

하고 함사과를 흔들어 깨우며,

"웬 잠꼬대를 그리 하셔요?"

하였다.

"응"

하고 입을 쩝쩝하다가,

"내가 무슨 소리를 치더냐?"

"그게 무엇이야요. '아이구 사람 살리로'하시면서 내 가슴을 이렇게 때리지 않았어요."

하고 함사과의 가슴을 때리고 깔깔 웃더니,

"아이구, 나는 영감 모시고 자기 싫소."

하고 이불 속에서 뛰어나온다.

"왜? 왜, 응"

하고 잡아당기려는 것을 피하여서 원숭이 모양으로 방한편 구석에 쪼그리고 앉으면서,

"무서워서 어떻게 모시고 자요. 자다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 고 사람의 복장을 때리니."

"다시는 안 그러지, 이리 오너라."

이 모양으로 다시 잠이 들었다가 또 한번 아까와 같은 꿈 을 꾸었다. 이번에는 김참서가 소복을 입고 가만히 자기의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소복을 입고 가만히 자기의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기의 가슴을 발로 툭툭 차며, 아무 말도 없이 빙긋빙긋 웃기만 하였다. 함사과에게는 그것이 더 무서웠다. 그러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소리를 지를 때 마다 기생은,

"나는 영감 모시고 자기 싫소!"

하고 이불 밖으로 뛰어나왔고, 그러할 때마다,

"다시는 아니 그리마."

하고 빌었따.

그 이튿날 김참서가 별세하였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무서 운 생각이 났다. 전은 날마다 밤마다 함사과의 집근방을 돌 면서 흉한 말을 하고, 함사과는 밤마다 그러한 무서운 꿈을 꾸었다.

심참서의 장례를 지낸 이튿날 저녁, 자정이 지나서 함사과 가 근래에 새로 정한 기생 첩으로 더불어 자리에 들어가려 할 때에 담 밖에서 그 괴물의 소리가 들렸다.

"얘, 함사과야, 내가 오는 동짓날 저녁에 와서 너를 잡아 갈 테다. 처음에는 머리가 아프고, 담엔 죽는단 말야. 히히 히......"

이 말을 듣고 첩은 두 손으로 낯을 가리고 '으악' 소리를 치면서 벌떡 일어났다. 함사과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눈만 끔벅끔벅 하였다.

"정말 영감 모시고 못 자겠소."

하고 첩이 낯을 찌푸린다.

"어째서?"

"무서워서!"

"그러면 어쩔 테냐?"

"나는 갈래요."

"어디로?"

"집으로."

함사과는 성을 내어 벌떡 일어나면서,

"이년, 그게 무슨 소리냐?"

"아무래도 싫어요. 밤마다 하룻밤에도 몇 번씩 무서운 소리 를 지르니 누가 영감을 모시고 자요."

함사과는 더욱 성을 내어 눈을 부릅뜨면서,

"이년, 어디 딴 서방이 생긴 게로구나!"

"서방 없을까?"

"어째? 또 말해 보아라."

"다 죽어가는 영감장이 아닌들 서방 없을까요."

하고 깔깔 웃는다.

함사과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벌떡 일어나서 때릴 듯이 주 먹을 둘러메며,

"이년, 냉큼 기어 나가거라. 내가 해준 옷 다 두고, 미텨, 반지, 다 두고!"

"네, 그러지요─ 에그 좋아!"

하고 문을 열려 하는 것을 함사과는 문을 막아서며,

"어디로 가니?"

"가라면서요!"

"이놈, 함사과야, 오는 동짓날 잡아 갈 테야! 하하하하."

"에그머니나! 아이구 무서워라."

하며 문에 가까이 가면서,

"비키시오. 갈랍니다. 옛소, 가락지 받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