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22: 1

함사과의 집에는 내외에 등촉이 휘황하였고, 사랑에서는 어두운 후에 새로운 연락이 시작되엇따. 주식도 이제는 취 차포(醉且飽)하고 명창(名唱) 이 동백(李東伯)이가 장구 소리 에 맞춰 부채를 폈다 접었다, 한 걸음 들어섰다 나섰다 하 면서 춘향이 타령이 한참이다. 함사과는 여전히 아가 그 안 석에 기대어 한 팔로 강점(江點)이라는 기생을 안고 앉았고, 낮에는 소송건(訴訟件)으로 미참(未參)하였던 이변호사도 술 로 붉은 얼굴에 금안경을 번쩍거리며 무릎에 기댄 기생의 등을 어루만지고 앉았다.

'아이구 이게 웬 일이야'하는 춘향 모의 엄살을 고개를 흔 들어 가며 할 때에 일동은 '좋다─' '응, 그렇지'를 연발하며 무릎을 툭툭 친다. 그러면 광대는 더욱 익살을 부려가며 춘 향과 이도령이 이별하는 데를 가장 구슬프게 내려 엮는다.

슬픔이 그 극에 달하여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씻을 때에 일


하고 떼를 쓰다가 초상 상주인 몸으로 마침내 어린것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달아나고 말았으며, 성재는 본체 만체 하 고 하염없이 빙그레 웃었다. 성순과 성훈의 부인만 아무 말 없이 그 모친을 따라 계동으로 갔다. 성훈은 부친이 돌아간 익일에야 어슬렁어슬렁 집에 돌아왔으나 가족 중에는 누구 하나 그를 주의하는 자도 없었따. 그러나 성훈은 저 혼자 눈이 붉게 되도록 울었으며, 장례날에도 상복을 입고 성재 의 뒤를 따라갔고, 하관할 때에는 바로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러나 계동으로 반이하는 날에는 성훈은 조반도 아니 먹고 어디로 나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