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는 전경이가 미쳤다는 말을 듣고 한참이나 우두커니 앉았더니,
"전군도 참 불쌍한 사람입니다. 십 칠팔 세 적부터 그래도 무슨 일을 한다고 돌아다니다가 하나도 성공한 것은 없이 고생만 하였지요."
"북간도도 갔다 왔다지요?"
"북간도뿐인가요. 북간도, 서간도, 해삼위(海蔘威)...... 아마 상해 등지에도 갔었지요. 무슨 시원한 일이나 있을까 하고 돌아다니나 무슨 시원한 일이 있겠소. 공연히 고생만 했지 요. 북간도에 가서는 일변(一邊) 학교에 교사도 되고, 일변 민단을 조직하여 굉장히 활동을 하였답니다. 물론 자기가 중심이 된 것은 아니지마는 이모, 김모의 휘하에서 아마 제 갈량(諸葛亮)이가 됐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서북파(西北 派)니 기호파(畿湖派)니 하는 싸움에 경영하던 일은 모두 수 포에 돌아가고, 전군은 반대파에게 붙들려서 죽도록 매를 얻어맞고, 거의 죽을 뻔하다가 어떤 청인의 집에서 두 달이 나 치료를 하였더랍니다. 그러구는 다른 데로 가려니 노수 (路需)가 있나요. 그래서 거기서 해삼위가지 그 추운 겨울에 걸어갔더랍니다. 그 때에 전군의 발가락 두 개나 빠졌지 요...... 오른발이던가...... 옳지, 왼발이지. 그리구는 해삼위에 들어가서 또 얼마 동안 되지도 않는 일에 애를 쓰다 또 육 혈포변(六穴砲變)통에 거기도 못 있게 되고 그리고는 아마 일정한 처소도 없이 표류를 하였나 봅디다. 자기의 ㅁ라을 들으면 장관이 많지요. 아마 직업도 아니 하여 본 것도 없 지요. 담배말이, 고기잡이...... 그러니까 웬걸, 옷이나 변변히 입고 음식인들 잘 먹었겠소. 재작년에 온 것을 보니까 몸에 는 살 한점 없이 뼈만 남았읍디다. 그러다가 얼마안 있어 ○○음모 사건의 연루자(連累者)로 붙들려서 일 년 동안이나 고생을 하고 나니까 사람 같지 않읍디다. 옥에서 나오니 있 을 데가 있소. 그래서 아마 총감부(總監部)에서 내 이름을 불렀던지 내가 호출이 났읍디다그려. 그래서 가서 데려왔지 요. 그후에 일 년이나 우리 집에 있다가 마침 ○○ 소학교 에서 한문 교사를 구하기에 거기 주선을 하여서 지금까지 지내왔지요."
"본래 어느 학교 출신인가요?"
"이전에 일진회(一進會)에서 세운 광무 학교(光武學校)라는 학교가 있었읍니다. 어떻게 되어서 들어갔떤지 일진회원이 되어 가지고는 그 학교에 다녔지요. 전군이야말로 참 늙은 개화꾼이지요."
"그러면 나이 많게?"
"지금 서른 하나인가 그렇지요."
"그런데 아직 혼인도 아니 하고?"
"혼인할 새가 있나요. 불사가인생업(不事家人生業)하고 지 사(志士)랍시고 돌아다니면서......"
"아, 교사된 뒤에도 혼인을 아니 해요?"
"한 달에 십 오 원 받아 가지고 혼인을 어떻게 하오? 그뿐 더러 선생은 자기의 복적한 일을 성공하기까지는 집도 아니 이루고 혼인도 아니 한다고 그러지요."
"그 목적이란 무엇이야요?"
"무엇인지도 모르지. 그래도 무슨 목적이 있노라고 그러지 요. 무엇이 목적이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지요─ 내 목 적을 이루는 날까지 말하는 못할 것이라고. 그러면 언제나 성공할 듯하오? 하고 물으면 성공할 날은 모르지요. 아마 성공할 날이 었겠지요, 하고 대답하지요. 성공할 날은 없겠 지마는 목적을 버릴 수는 없다고 그러지요."
"아따, 그게 무슨 목적이야요."
하고 민은 이상한 듯이 웃는다.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다 그러한 목적이 있었읍니다."
하고 선배가 후배를 내려다보는 듯하는 눈으로 민을 보면 서,
"아무려나, 전군은 이상한 사람입니다. 평생시에는 마치 아 무 생각도 없는 사람 모양으로 쓸데 없는 농담이나 하고 빙 긋빙긋 웃기만 하는 것 같지마는 속에는 딴 세계를 배포(配 布)한 사람이지요. 다만 십 년 전 사람이지요. 십 년 전에는 가장 새롭던 사람이지마는 시대는 추이(推移)하고 자기는 자 기의 사상(思想)을 묵수(墨守)하니까 전군과 이 시대와는 아 무 상관이 없지요. 전군은 자기의 이상대로 세상을 개조하 려 하였으나 세상이 전군을 발길로 차던지고 저 갈 길을 간 게지요. 전군은 자기를 차던지고 혼자 달아나는 세상을 따 라가려고도 아니하고 자기의 속에만 자기의 특별한 세상을 배포하고 있지요. 이것을 실현하는 ㄱ서이 자기의 특별한 세상을 배포하고 있지요. 이것을 실현하는 ㄱ서이 자기의 목적이겠지요. 그러니까 그 목적을 달할 날이 없단 말이지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