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18: 2

전 경이가 눈이 둥글해지더니 사방을 살피며,

"지금 누가 이 방으로 들어왔소?"

두 사람도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금 저 문이 벌컥 열리면서 사람 같은 것이 쑥 들어왔는 데......"

하고 전 경은 방안을 둘러본다.

"또 무슨 장난을 하노라고 그러오?"

하고 변이 주먹으로 전의 어깨를 때리며 웃는다."

"아니 아니─ 저것 보아. 저기 잇네, 저기 있네."

하고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피하며 때리려는 사람을 막는 모양으로 두 손을 펴서 앞을 막으며,

"민군, 민군! 민군 뒤에, 민군 뒤에─"

민도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서며,

"여보 전군─ 웬 일이요?"

"저것을 보시오. 김참서가 금방 민군 뒤에 섰는데, 민군의 어깨를 잡으려고 하는데."

변도 일어섰다. 그러나, 실내에는 오촉 전등고 성재의 실험 기구밖에 아무것도 없었고 다만 아까 쏟아진 물만 장판 위 에 여기저기 번쩍번쩍한다.

전은 미친 사람 모양으로 언해 헛소리를 하며 몸을 떤다.

변은 실내를 둘러보다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전의 어 깨를 흔들며,

"여보, 정신을 차리시오. 글쎄 별안간에 웬 일이요?"

그러나, 전경의 눈은 마치 미친 사람의 눈 모양으로 성재 의 실험 탁자 근방을 노려보먀, 점점 몸이 더 떨린다.

다른 두 사람도 머리카락이 온통 하늘로 올라 솟는 듯하여 부지불각에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도 눈은 전경의 파래 진 얼굴을 떠나지 아니하였다. 변은 그것이 농담이 아닌 줄 을 알고, 다시 전희 손을 잡으며,

"여보, 전군─ 내가 누군지 알겠소?"

"흥 흥. 네가 응. 네가, 알지 알지."

"아이고 저것이 웬 일이야!"

하고 민이 전의 어깨를 한번 더 때리며,

"여보, 내가 누군지 알겠소?"

"응. 다 알아."

"그러면 이름을 불러 보오."

"너는 항우(項羽)고 이 애는 장 비(張飛)구, 허허허허. 내가 잘 알지?"

"무엇이요? 내가 누구요? 내 얼굴을 자세히 보고 말을 하 시오─"

하며 민이 눈을 부릅뜬다.

"너는...... 옳지 너는...... 저것 보게, 네 그러지요. 옳지 알 았읍니다. 잘 알았읍니다. 응응, 그렇구 말구. 네, 네, 네."

"여보 전군 누구더러 하는 말이요?"

"김차서더러! 저기 김참서께서 계시지 않니?"

"어디?"

"저기 저 탁자 위에."

"탁자 위에 어디?"

"저기 안 있어. 저 굴뚝 위에 말이어!"

"어디 굴뚝이 있어?"

"저기 저 유리 굴뚝 위에...... 네, 네, 그래요, 옳지요. 내일, 응 모레, 네 네 네."

"여보, 김참서가 무슨 말씀을 하시오."

하고 변(卞)이 엄격한 얼굴로 물르매,

"흥, 흥. 얘들아 저게 무슨 소리냐, 누가 우느냐. 소리를 하 느냐."

하고 귀를 기울인다. 두 사람도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마 침 이웃 기생집에서 장구 소리에 맞춰 여성(女聲) 육자배기 가 들린다.

"저 기생집에서 기생이 소리를 하오."

"아니, 그 소리 말고."

"그것은 안에 조객이 왔나 보오."

"누가 죽었나?"

"김참서께서 아니 돌아가셨소."

"하하하하. 김참서께서 여기 계신데, 하하하."

"어디?"

"여기."

하고 탁자를 가리키더니 다시,

"여기─"

하고 자기의 가슴을 가리킨다.

민은 다리가 벌벌 떨리며, 변더러,

"여보, 어쩌면 좋소. 전군이 미쳤구려."

"글세, 미친 모양이로구려. 워낙 쇠양하였으니까."

"흥흥, 전군이 미쳤소?"

하고 전이 깔깔 웃더니 손뼉을 탁 치고,

"옳지, 내가 좀 가 볼 일이 있는 것을 잊었구나."

하고 문을 차고 밖으로 나아간다. 밤의 찬 공기가 실험실 안으로 들어온다. 전은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어디로 달아 난다. 두 사람은 문도 닫칠 생각 없이 우두커니─ 마주보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