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 이광수

Chapter 10: 1

성재는 그 걸음으로 이변호사의 집에 갔다. 이씨는 이전동 경유학 시대에 같이 있던 사람이며, 그 때에는 학비에 궁하 여 흔히 성재한테 일 원, 이 원을 취하려 왔다. 성재는 혹 청구에 응하기도 하고 아니 응하기도 하였다. 성재에게 취 하여 간 돈은 갚아 본 일이 없었다. 그는 학비는 군색하다 고 하면서도 의복과 거처는 학비가 풍족한 사람보다도 낫게 하고 있었다. 그는 동복과 하복이 있고 외투가 둘이나 되고 비옷까지 있었다. 그의 구두는 항상 청결하고 머리에는 늘 향수 냄새가 났다. 어디를 가든지 반드시 가올이나 인단을 지녔다. 그는 생활하여 가는 데 무슨 큰 재주가 있었다.

그가 법과 이년 적에, 꽤 값가는 세비로 양복 한 벅을 신 조(新造)하였을 때에는 입빠른 친구들은 그를 정탐이라고 한 일도 있었다. 아무려나, 성재는 그를 좋아하지 아니하였고 그도 성재를 물론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 한가지 재주가 있으니, 그렇게 남의 시비를 들으면서도 자기를 존경하는 사람을 많이 얻었다. 그리고 그를 존경하 는 사람은 대개 그보다 나이 어린 부자집 자제들이었던 것 은 사실이다.

그 자제들은 그를 선생 모양으로 애경하여, 그를 위하여서 는 무엇이나 아끼지 않았다. 아마 그의 비옷과 세비로도 그 네의 손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줄업 귀국한 후에 는 그네와의 교정은 대개 다 끊어지고 말았다.

그가 귀국하였을 땐 아직도 옛날이라 곧 어느 지방 법원의 서기가 되고, 그 후 이 년이 못 넘어서 판사가 되고 판사 된 지 일년 못 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변호사가 될 때에도 어떻게 주선을 하였던지, 대구 본정(大邱本町) 거리에 큼직 한 사무소를 두고, 전화를 매고, 사무원을 이삼 인이나 부렸 고, 그 후에도 어떻게 수완을 부렸던지 사오 년이 못 하여 몇 백 추수나 할 재산을 얻고, 작년부터는 경성 대사동(大寺 洞)에 꽤 굉장한 가옥을 사고, 그것을 주택 겸 사무소로 쓰 며, 대문 안에는 전용 인력거까지 세워 두게 되었다.

내가 그의 시비를 말하려 함은 아니지만, 그의 명예는 그 리 좋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일 년 이상 가는 친구가 없었 고 그의 친구도 결코 그를 칭찬하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그는 칭찬을 못 받으면서도 두려워함을 받았다. 그러므로 그를 미워하는 사람도 능히 그를 대적할 생각은 내지 못하 였다. 그는 모든 것의 해결을 법률에 구한다. 누가 자기를 훼방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는 고소한다고 하고 명예 손해 배상을 청구한다고 위협하여서 마침내 저편의 사죄를 받고 야 만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그가 송운(訟運)이 좋은 것이 니, 그가 맡는 사건은 대개가 승소가 된다. 그렇게 학식이 많은 것 같지도 아니하고, 변설이 능한 것 같지도 아니하고, 더욱이 일어의 발음조차 그다지 좋지도 못하여, 변론 중에 흔히 재판장을 웃기는 수도 많건마는 그래도 소송이 이기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동업자되는 여러 변호사들이 웃음거리 삼아 감탄한다.

동업자간에도 인심을 잃었다. 혹 사정을 보아서 연기 신처 의 의논을 받는 수도 있건마는 결코 응하지 아니하고, 개정 시간에 삼십 분만 대수방(對手方)변호사가 출석치 아니하여 도 사정없이 결석 판결을 청한다.

그러므로 동업자들은 좀 몸이 불편하더라도,

"오늘은 이변호산데─"

하고 빙긋 웃으며 반드시 출석한다.

좀 분명치 못한 사건이라든지 정당치 못한 하건 이라든지 한 것으로, 다른 변호사에게 거절을 당한 사건은 죄다 대사 동 이변호사 집 대문으로 들어간다.

그는 아무러한 사건이나 사양치 아니한다.

"변호사는 의사와 같아서 의사가 환자 가리지 아니함과 같 이 변호사는 사건을 가리지 아니할 것이다."

고 이전 어느 석상에서 취중에 어느 동업자의 조롱을 반반 한 일이 있다. 과연 그는 이런 주의를 취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사라도 처녀의 낙태 청구에 응하면 범죄 가 되지."

하고 그 곁에 있던 어느 청년 변호사가 푹 찔렀으나, 그 말에는 아무 대답이 없고 다만 차후에 한번 만나자 하는 듯 이 한번 노려볼 뿐이다.

상승 변호사 이 일우(李一宇)군은 매우 함사과의 신앙하는 바 되어 함사과 집 대소 사건은 이씨에게 전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김참서 가옥 차압 사건도 이씨가 맡은 것이요, 성재는 이씨에게 사정을 하여 볼 양으로 지금 찾아온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