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우가 자리 속에서 이렇게 어제 일을 생각할 때, 관철동 영숙의 집 안방 미닫이가 열리며,
『어멈, 세숫물 놓게!』
하는 소리가 마당에 묵직한 돌멩이를 떨어뜨리는 것 같이 똑똑히 들린다.
영숙은 다시 누우면서, 허리에 깔린 홋이불을 한발로 탁 차서 다리 위에 걸치게 하고, 다리 하나를 세웠다. 한참이나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멀거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때,
『세숫물 놓았어요.』
하는 소리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두 눈만 깜박깜박 하고 누웠는데, 그의 기억에는 또 다시 어제 저녁때 만났던 춘우 가 타오르는 담배 연기 모양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십 오년이나 떨어졌었다. 만나는 영숙의 마음이 어렸을 때 마 음이 아니련마는, 그의 마음은 그리운 옛날로 돌아가, 재미 있던 그때를 다시 생각하니, 그때가 그리운 동시에 또한 그 때에 똑 같이 그 재미있는 때를 누리던 춘우가 한번 만나보 고 싶었다.
영숙은 다시 하인의 재촉하는 소리에 몸을 이르키려고 홋 이불을 걷고, 고쟁이 바람으로 미닫이에 기대 앉아, 흐트러 진 머리를 두 손으로 모두어 아무렇게나 쪽지고서, 두 다리 를 쭉 뻗고 옆에 놓인 담배를 끌어 잡아 붙여 물더니 밖을 두어번 살피고 아무 소리 없이 앉았다가,
『나리께서 어디 가신다고 나가셨니?』
하고, 마루를 훔치는 계집애 종년에게 묻는다.
『제가 압니까. 어디 가신 것을!』
걸레를 손에 든채 계집애는 댕기를 고개 넘어로 마룻 바닥 에다 질질 끌면서, 대답을 한다.
『아무 말씀도 없이 나가셨어?』
『네, 별 말씀 없어요.』
『언제 들어오신단 말씀도 없어?』
『곧 다녀 오신다나봐요.』
『제동 가신다지 않든?』
『박주사 나리 댁에요?』
『그래.』
할 즈음, 안방에서 나이가 한 오십 되어 보이는 목소리로 그의 어머니가 말꼬리를 붙여서,
『그래, 창하에게 갔나 보다. 서울 오면 그집 밖에 가는 곳 이 없으니까……』
『무엇이라 하고 갔이요?』
『난들 알 수 있니. 잠간 다녀오마 갔으니까.』
영숙은 다시 앞치마를 두르더니, 수건을 들고서, 마루 앞으 로 나와서 세수를 시작하였다. 햇빛에 번쩍번쩍 하는 놋대 야에 남긴물이 눈이 부시도록 울멍줄멍 하는 그속에 영숙은 매끈한 두 손을 잠그고서, 한참이나 아무 말도 없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때 영숙의 머릿속에는 어제저녁에 본 춘우 의 그림자가 다시 나타나며, 그 머릿속에 있던 그림자가 대 얏속에 비치는 듯 하였다. 뜨거운 혈관 속으로 스미어 드는 차디찬 물 기운이 정신을 새롭게 했다. 그는 두 손을 모아 서 물 한번을 떴다. 가냘픈 손 사이로 흘러 새는 물을 옥으 로 만든 표주박 같은 손에다 들고서 들여다 볼 때, 그 속에 도 춘우가 있어 자기를 바라라보는 듯 하였다. 그러나, 그것 을 오래 들여다 볼 수 없게 모두 흘러 새려 하자 영숙은 그 대로 자기 얼굴에 갖다 대었다. 석경에 비친 그림자가 그 석경이 깨어져 부서질 때, 없어지는 것 같이 얼굴에 닿인 물이 방울이 되고, 줄기가 되어 대야에 떨어질 때 , 춘우의 그림자는 없어지고 말았다. 자기의 눈에 닿고 코에 닿고 또 입에 닿았을 때, 춘우는 사라지었다. 세수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서 경대 앞에 앉아, 머리를 풀고 빗질을 한 뒤에, 다 시 머리를 쪽지고, 분을 바른 후 단장을 곱게 하고, 손을 씻 었다. 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 안방으로 건너갔다.
안방에는 자기 어머니가 담배를 피워 물고 아랫목에 앉아 있고, 윗목에서는 침모가 옷을 짓는다. 영숙을 본 어머니는 치마 앞을 휩싸고, 옆으로 자리를 비키고서 아랫목 한가운 데로 자리를 옮기니까, 영숙은 앉으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무엇이 그리 갑갑한지, 입김을 한번 후 내쉬더니,
『에그, 더운데 마루로 나가 앉어야지.』
하고, 다시 마루로 나와서, 뒤창에 기대 앉는다. 그러자, 문 간으로부터 사내들의 목소리가 나며 들어오는 사람은 영숙 의 남편과 박창하였다. 남편되는 사람은 단장을 두르면서 마당 한 가운데로 들어서며,
『에 더워.』
하고, 웃옷을 벗으니까, 영숙은 마루 끝으로 나와서, 웃옷 을 받아서 안방으로 전하고, 다시 창하에게 향하여 능난한 말소리로
『어서 오셔요. 어제저녁에는 왜 그렇게 먼저 가셨어요?』
하고, 웃음을 머금으니까, 박창하도 싱긋 웃으면서,
『제가 먼저 갔습니까. 두분이 나중 오셨지. 웬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셔요. 한참 기다리다 못하여 그대로 와버렸 습니다.』
하며, 다시 안방에서 나오는 영숙의 어머니를 보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
영숙의 어머니는 두어개 빠진 앞니를 두 입술사이로 내어 보이며,
『어서 오시우, 그동안에는 왜 그렇게 한번도 오지 않았단 말요. 어서 올라와요.』
『네, 올라가죠. 자연히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는 일이야 없지마는, 공연히 분주해서……』
하며, 마루 끝에 올라섰다. 영숙의 남편 되는 사람도 올라 와 앉으며,
『오늘 날이 퍽 덥소, 우리 배나 타러 한강으로 갈까?』
하고, 와이셔츠 가슴을 손가락으로 집어 훌훌 터니까, 계집 애종이 부채를 들고, 뒤에 가서 부친다. 창하는 두다리를 세 우고 앉으면서,
『한강? 좋지 좋와,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꼼짝도 하기 싫 으니, 자네 집에서 술이나 좋은 놈으로 한잔 주게.』
『그러죠. 그거야 못하겠소만, 대관절……』
하고, 고개를 돌이키어 영숙을 보며,
『아침 먹었소?』
하는 목소리에 정이 묻었다.
『네, 아직 먹지 않았어요.』
하고, 단정한, 부끄러워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영숙의 독특 한 아릿따운 점이 있다.
이말 하는 틈을 타서 박창하는 주인 노파를 다시 보며,
『마나님께서는 저에게 중매를 들어 주신다 하더니, 여태 까지 웬일이십니까?』
하고, 빙글빙글 웃는다. 노파도 양껍질로 만든 주발북을 뚜 드리는 듯이 입속에서 울려나오는 웃음을 웃으면서,
『하하하, 나같은 옛날 사람이 어떻게 당신같은 신식 양반 의 중매를 할 수가 있겠소, 옛날 계집애는 물론 싫으실 터 이니까,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나 하나 얻어 사시구려, 시방 세상에는 부모가 일이 없어, 계집애나 사내나 모두 저 좋으 면 사는 것이지.』
『마나님도 그런 줄을 아십니다 그려. 그렇지만, 저는 여학 생도 싫고 들어앉은 여자도 싫고 아무것도 싫습니다. 저는 웬일인지, 마음에 드는 여자는 아직까지 한사람도 없어요.
정말 저를 알아주는 여자만 있으면, 어떤 여자라도 좋지요, 여학생들은 별다른 사람인가요.』
『저런 말 좀 보게, 남들은 저의 처하고 이혼들까지 하고 여학생들과 살려고 애들을 쓰는데, 그래, 여학생이 싫단 말 요.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딸들의 덕을 보는 세상애요. 딸 공부만 시켜놓으면 그 덕에 먹고 살수 있는 세상이라우 ……』
창하는 껄걸 웃으며
『덕 보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돼야죠. 제생각 같아서는 딸 덕 보려고 공부시키지는 않겠습니다. 』
하고, 다시 말꼬리를 돌려서,
『여보게, 철수(喆壽), 아침 주마고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 으면, 밥을 주던지 술을 주던지 하게, 사람 배고파 못 견디 겠네……』
하며, 영숙의 남편을 본다. 철수는 무슨 궁리를 하는 사람 처럼 멀거니 앉았다가,
『그러죠.』
하고, 다시 영숙을 보며,
『밥상을 좀 차려 오구려. 그러고 술도 가져오구.』
하며, 점잔을 빼듯이 두 다리를 뻗는다. 이 말을 들은 영숙 은 다시 자기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부엌을 향하 여 소리를 지르며,
『얘, 상가져오너라.』
하고, 일어서더니, 반침 속에서 술을 꺼내어 주전자에다 따 라 놓는다.
창하는 주인을 다시 보며,
『그래, 자네가 오늘 한강 뱃놀이 한턱을 낼 거란 말인 가?』
하니까, 주인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내죠, 내요.』
하고, 무릎을 쓰다듬는다.
『그런데, 자네 내외분이 노는데, 참 참례하기가 어렵네 그 려. 나야말로 무슨 재미가 있어야지.』
이말을 들은 영숙은 손에 들은 태극선을 마루 위에 놓으면서,
『왜요?』
하고, 생긋생긋 웃으며 묻는다.
『나도 얼른 장가를 들던지 해야지……』
말이 끊어지기도 전에 철수는 고만 창하의 말을 끊어서
『왜, 좋아하는 기생하나 불러가지고 가십시다 그려. 기생 허구 잘 노시죠!』
『기생! 또 기생 이야기가 나오는군! 그렇지만, 기생허고 자네 내외허고 같이 놀수야 있나 나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자네들에게……』
할 즈음, 하인이 상을 갖다 놓았다. 철수와 창하는 겸상을 하고, 영숙은 외상을 받았다.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술이 두어순 돌았다. 술 잘 먹지도 못하는 창하가 술을 좋아는하여 달라기는 하였으나, 몇잔 먹지 않아서 얼굴이 빨개지었다. 그러더니 잔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창하는 언제던지 철수의 귀에 듣기 싫은 소리를 잘하는 사람이라, 또 꼭꼭 꼬집는 말이 나온다.
『자네는 참 행복스러운 사람일세.』
철수는 언제든지 듣는 소리지만, 들을 적마다 듣기가 싫은 것을 억지로 참느라고 얼굴을 찌푸린다.
『무엇이요, 행복에요. 제가 행복에요?』
『그럼, 행복이 아니고 무엇인가? 집에 많은 재산이 있겠 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겠다, 또는 영숙씨 같은이가 계시겠다.』
『듣기 싫소. 그것은 아저씨가 나의 마음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지, 정말 나는 불행한 사람이라우, 나같이 불행한 사 람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소리 말게. 자네가 그러면, 이 세상에 다른 사람들 은 벌써 죽었겠네. 자네는 아직 세상 경험이 적어. 나도 그 렇지만, 아직 고생을 몰라. 참 세상맛을 모르는 사람야.』
『기가 막혀. 세상에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야죠. 참으로 나의 마음아픈 것을 알아주는 이가 없어요.』
말이 떨어지려 할 즈음 밭곁에서 영숙의 딸을 업은 계집애 가 들어와서 마당 앞에 서니까 등에 업힌 영숙의 딸이 토실 토실한 손을 버리고 모란꽃잎 같이 붉은 입을 벌리고 벙긋 벙긋 웃으면서
『엄마, 엄마.』
하고, 달려들려 한다. 마루에 앉았던 사람들은 모두 청아 (靑兒)를 바라보자, 창하는 젓가락 든 손으로,
『어꾸, 청아야 청아, 어디 어디.』
얼를때마다 벙긋벙긋 웃는데, 영숙도 두 손벽을 탁 치고 활짝 벌리며 안을듯이 얼른다. 청아는 그것을 보더니, 한층 더 발버둥질을 치며, 자기를 업은 계집애 등에서 빠져나가 려고 야단이다. 이것을 보고 영숙의 어머니는
『이리 오너라. 어미 밥좀 먹게.』
하고, 두 손을 내미니까, 계집애는 어린애를 업은채 영숙의 어머니 편으로 향하여 갔다. 청아는 자기를 업은 계집애가 저의 할머니 편으로 데려가지 않고 할머니 편으로 가는 것 이 싫다는 뜻인지, 소리를 내어 운다. 어린애 우는 소리를 듣고서, 영숙은 자기를 따르는것이 귀여워 그랬든지, 얼른 청아편으로 가며,
『오 이리 온. 울지 말고……』
하며, 받아서 안고, 다시 상 앞자리로 와 않았다. 철수는 영숙이가 어린애를 안고 앉은 것이 자기 생활에 만족함을 주는 듯이 재미 아는 눈으로 한참 바라보다가,
『저 코 좀 바라. 씻어라, 씻어.』
하며, 청아를 들여다 본다. 영숙은 청아이 코를 씻기고 아 를 번쩍 들며
『자, 아버지에게 가 보아라.』
하고, 내미니까 청아는 이마앞에 내리가린 머리털을 팔랑 팔랑하며,
『해해』
웃고 아버지에게로 달려든다.
철수는 자기 말을 팔위에 안고 까불까불 하며,
『어디 보세. 애, 참 이쁘다. 내가 누구냐?』
하니까, 청아는 아버지의 두 뺨을 손으로 문지르면서,
『아빠!』
하며, 재롱을 부린다. 이 소리를 들은 집안사람은 모두 웃 었다. 더구나 안방 문앞에 앉았던 할머니는
『저것 좀 봐. 그래도 아버지를 알아 보네.』
하며, 깔깔거린다. 철수는 어린애를 가슴에다 안으며, 기막 히는 듯한 말로.
『네가 네 아범을 알아보니, 다행이다.』
하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영숙은 다시 어린애편으로 손을 내밀면서,
『이리 온, 자, 젖 주께, 젖.』
하니까, 청아는 다시 안기었던 아버지를 때 밀치고, 어머니 편으로 왔다. 영숙은 청아에게 젖꼭지를 물리고서 다시 밥 먹기 시작하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난 것처럼 박창하를 보면서
『참 어제 저녁때 댁에서 만나본 그 어른 성함이 이춘우씨 아니요?』
하며, 주인 한번 보고, 창하의 대답을 기다린다. 창하는 신 기하다는 듯이 영숙을 바라보며
『그것은 어떻게 아십니까?』
『글쎄이춘우씨죠?』
『그래요, 맞았어요.』
『어려서 같이 같은 학교에 다녔는데, 그것을 몰라요?』
박창하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네, 그러셔요.』
영숙은 다시,
『그이 누님이 있지요?』
『있죠.』
『지금 무엇 하나요.』
『시집가서 자기 남편하고 동경 유학갔지요.』
『동경요? 그러고, 이춘우씨 그이는 무엇해요.』
『하는 것 별로 없어요, 집에서 놀죠. 그동안 시골 다녀 왔 지요.』
『네, 참 오래간만에 만나뵈었어요. 어렸을 적에 그의 집 동산에서 소꿉질하던 생각이 여태까지 환하게 나는데, 저는 벌써 자식까지 났으니. 그이는 장가나 드셨나요.』
『장가가 다 무엇입니까. 그 사람이 동경서부터 장가 안가 기로 나하고 동맹을 하였는데요.』
『그것은 왜요?』
『다 까닭이 있지요. 요다음에 길게 이야기 하지요.』
할 때, 변소에를 갔었는지, 뒤창 밖으로 들어오던 그 어머니가
『누구 이야기를 그렇게 하우. 춘우라니 많이 들은듯한 이 름이야?』
하며, 두 사람을 본다. 영숙은 얼른 반가운 사람의 소식을 전하려는 듯이,
『왜 어머니 춘우라고 나 학교 다닐 때 놀러 다니는 사람 몰르시우, 우리 석다리(石橋)살제.』
어머니는 눈을 끔적끔적 하고 한참 생각하더니,
『오, 옳지, 옳지, 그 누이가 있겠다. 그래, 그애가 어떻게 되었단말야.』
『그이를 어제 이 어른 댁에서 만났어요.』
하니까, 늙은이 마음에도 옛사람이 그립던지,
『박주사는 그애를 어떻게 알았습니까?』
하고, 여전히 옛날로만 알고, 그애 그애 한다.
『동경 있을 때부터 친했어요. 아주 친형제처럼 지냈는데요.』
『동경 계실 때부터, 응 그것참 한번 만나 보았으면 좋겠 군. 한번 놀러 오라시우. 저 석다리께 살던 김의관 집이라면 알터니까, 퍽 자랐을걸.』
하니까, 영숙은 깔깔 웃으며
『퍽 자란게 무엇에요. 나이가 몇인데 나보다도 두 살이 위가 아네요. 어머니는 여태까지 어린애로 생각을 하시는구려.』
『내게 대면 어린애지. 참 못 본지가 십년이나 되네……』
하며, 담배를 담는다.
철수는 술기운이 올라와 익어가는 자두빛 같은 얼굴로 뒷 문 밖을 내다보면서 한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다.
창하는 영숙 어머니 말에 대답을 하면서 젓가락으로 상에 있는 반찬을 집어 씹는다.
『데리고 오죠. 나는 그런 줄을 몰랐습니다 그려, 그러세요.』
하고, 젓가락을 상에다 놓으면서 밖에만 내다보는 철수를 돌아보더니
『이 사람아 밥 먹다 말고 무엇을 그렇게 보나! 어서 한강 뱃놀이나 나가세. 내가 「뽀트」도 잘 젓지, 그 대신 술이나 많이 사내게.』
하며, 기염을 토한다. 철수는 비웃는 듯이 꺼먼 수염난 입 술을 빙긋하면서,
『한잔만 먹어도 새빨개지면서 술은 퍽 사달래우, 염려 말 우, 그만한 술은 얼마든지 사드리께.』
하며, 상을 물리고 벌떡 일어나며,
『옷 입으슈.』
하고, 영숙을 보며 양복조끼를 아래로 잡아다린다.